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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19년...공직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대망의 2019년...공직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 권의종
  • 승인 2018.12.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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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헌신의 ‘종교적’ 패러다임으론 못 견뎌...개인과 능력, 합리와 효율 중시하는 창의적 문화 절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014년 4월 16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일이다. 304명이 희생되었다. 업계 유착과 비리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라는 용어까지 언급하며 '공직개혁'을 천명했다. 눈물까지 보이며 국민 앞에 사과했다. 그 때 뿐이었다. 그러고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정권교체 시마다 공직개혁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커녕 제대로 된 시도조차 없었다.

그토록 중차대한 명제가 왜 뼈아프게 수용되지 못하고 그동안 방기(放棄)되어 온 걸까. 최근 연이은 안전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또 다시 '공직개혁'을 운위해야 하는 현실은 또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쏠리고 있는 공공부문에서 근본적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하대명년(何待明年)의 현실에 안타까움과 자괴감만 깊어진다.

국민이 맡겨 준 사명을 제대로 감당치 못하거나, 부정한 쪽에 눈을 돌리는 비뚤어진 일부 공직자의 처신에 배신감이 앞선다. 적잖은 급여, 양호한 복리후생, 두둑한 연금으로 안정된 일자리와 편안한 노후까지 보장받는 ‘철밥통’이 무엇이 부족해 이런 처신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말이 좋아 공복(公僕)이지 지위와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들이 제 역할만 했어도 ‘세월호 참사'나 작금의 안전사고는 생기지도 않았다.

부처 통폐합하고 기관명칭 바꾸고, 대책기구 만든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사고 터진 후 기관장 교체나 책임자 문책도 능사가 아니다. 그저 문제만 안생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복지부동은 더 큰 해악이다. 그렇다고 ‘성실히’ 일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성실성보다 ‘창의성(creativity)’이 긴요하다. 창의성 발휘를 통해 생산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공직사회의 진정한 환골탈태가 가능하다.

정권 바뀔 때마다 공직개혁은 단골 메뉴...가시적 성과 커녕 제대로 된 시도도 안 보여

경영은 경쟁이다. 창의력은 핵심 경쟁력이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창의성을 좀먹는 조직문화부터 손봐야 한다. 책임질 일은 피하는 게 상책으로 여기는 소극성이 걸림돌이다. 튀는 사람은 질시와 타도의 대상으로 지목받는 퇴보적 분위기도 뿌리 뽑혀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무임승차식 방관자 심리 역시 공직사회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다.

복종을 조직 내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상급자나 공연히 자기 생각을 꺼냈다 손해 볼 일 있느냐는 식의 과민한 피해의식이 몸에 밴 하급자에게는 퇴출의 우선순위가 매겨져야 한다. 창의력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비영리조직 특히 공공부문에 더 긴요한 요소다. 국가라는 거대조직이 공직자들 손에 운영되는 만큼 그들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국정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공직사회가 창의성과는 그간 담을 쌓고 지내왔다. 창의성의 ‘창(創)’자도 생각지 못했다. 공공부문이 사회변화에 가장 뒤지고, 관료사회가 개혁의 최우선 대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법과 원칙으로 통했다. 전례답습과 상명하복이 지고의 준칙으로 작동했다. 그 근간은 아직도 건재하다. 검토나 기안에 쓰이는 형용사와 부사의 수는 기껏 50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공직자들의 자평이다.

“서류마다 ‘특단의’, ‘강력한’, ‘획기적’ 등의 몇 가지 단골 서술어가 고작이다. 실무자에 의해 다른 표현이 쓰여지면 결재 과정에서 가차 없이 삭제된다. 지시받는 데로 군말 없이 검토하고 기안을 해야 유능한 관료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20년 전쯤 중앙부처 서기관이 쓴 책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지금도 변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사이 창의성과 전문성은 싹도 제대로 못 틔운 채 시들어 왔다. 조직기반 침하와 더불어.

공직개혁의 비밀, “성실성보다 창의성을 지향하라”...개혁은 꿈이 아닌 현실로 꽃피워야

공직사회의 정체는 선발방식에서부터 비롯된다. 획일적 내용에 대한 암기력 테스트의 경연장이다. 기억력이 출중한 사람이 합격하는 전근대적인 설계 구조다. 시험 직전에 암기용량을 극대화시키는 요령이 관건으로 작용한다. 막상 공무원으로 일할 때 크게 쓸모도 없는 법률이나 경제·경영 관련 참고서나 문제집 내용을 주야로 달달 외워야 한다. 시험장을 빠져 나오기 무섭게 잊히고 마는 내용들이 태반이다.

수험과목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논리적 사고, 언어 역량, ICT 능력, 통계 이해 등 정작 공직수행에 필요한 업무능력은 고사하고, 서비스 정신, 봉사 마인드 등 기본 소양과도 애당초 거리가 멀다. 개인의 특성이나 창의력은 고려될 여지도 그럴 필요도 없다. 당락을 불문하고 시험은 시험으로 끝나고 만다. ‘정원 채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솔선수범하려는 의지도 약하다. 불리하거나 힘든 일은 기피하는 공무원들이다.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6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직무급제 도입’만 해도 그렇다. 연공서열 임금구조가 맞지 않다며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내년 상반기까지 직무급 도입을 강요하고 있다. 정작 공무원들은 호봉제를 금과옥조처럼 고수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필요한 제도라면 자신들부터 적용해야 맞는 게 아닐는지.

직과 집단, 충성과 헌신을 중시하는 ‘종교적’ 패러다임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버텨내기 힘들다. 공공부문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기능만 초래할 따름이다. 비효율, 무능력, 조직 이기주의와의 악연은 매정히 끊어야 한다. 개인과 능력, 합리와 효율이 존중되는 창의적인 공직문화를 기어코 살려내야 한다. 개혁은 꿈이 아닌 현실로 꽃피워야 한다.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공직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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