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3:25 (금)
'헬조선'과 청와대 참모진의 현실 인식
'헬조선'과 청와대 참모진의 현실 인식
  • 정종석
  • 승인 2019.01.30 11:0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철 보좌관 문제, 말실수 넘어서 경제-시국 보는 靑 시각 반영했다면 우려스런 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헬조선(hell 朝鮮)이라는 말이 다시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조선’을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화(舌禍)를 일으킨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긴급 수리했다. 차관급인 현직 청와대 보좌관이 중도에 하차한 것은 2017년 11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사퇴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 이후 14개월 만이다.

앞서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은퇴하시고 산에만 가시는데 이런 데(아세안) 많이 가셔야 한다"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발언해 50·60세대 무시 발언 논란을 빚었다.

또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 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 "국문과(전공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도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참모진들 발언,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신중하고 무게감 있어야

청와대 참모진의 발언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신중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개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흡사 청와대의 의견이나 대통령의 뜻이라고 오인될 수 있는 탓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김 보좌관은 '국민성장론'의 기획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용절벽 속에서 청년실업 대란으로 신음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 자영업의 몰락으로 빚을 얻어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늘어나는 등 빈곤의 악순환 현상을 걷고 있다. 대기업들도 미래산업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창의적인 생산활동을 주저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등장하는 현재의 10대와 20대에 해당하는 세대를 말한다. 88만원은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청년세대들은 자신들을 88만원 세대,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로 표현하며 헬조선으로 몰아넣은 기성세대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리고 있는 현실이다. 50,60대 세대들도 행복하지 못하다. 50, 60대가 누구인가. 평생을 땀흘리며 일하며 누가 뭐래도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이룩한 장본인들이 아닌가. 이런 50, 60세대를 청와대 보좌관이 앞장서서 비하한 것을 보변 그의 현실인식과 정무감각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보좌관은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연 ‘혁신적 포용국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부의 포용 성장 정책이 실험이라거나 과거 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연해 있는데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며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현 정부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겨냥해 “반성이 부족하다”고 되레 비판하 것이다.

이에 앞서 “경제위기론은 개혁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른 데 이은 또 한 번의 돌출 발언이다.김 보좌관은 한 세미나에서 “모든 것이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점을 언급하며 “보수 언론들은 사실이 아닌 프레임을 갖고 비난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 집권 2년 차에 권력 이상 조짐...3,4년차 되면 누수현상 발생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진보지식인의 (정부에 대한) 공격도 많은데 주류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과거 보수정권 때 보수 지식인이 했던 것처럼 정부를 지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하면 국민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경제위기론을 얘기하지 말고, 진보지식인들은 정부를 비판하지 말고 찬양일색이어야 한다. 더욱이 보수언론의 보도 내용은 그저 프레임에 입각한 개혁의 싹을 자르기 위한 뉴스전달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다.

김 보좌관의 발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케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하면) 다 중동 갔다고 (할 정도로)"라고 해 야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역대 정권에서 집권 2년 차가 되면 여러 가지 권력의 이상조짐이 나온다. 그러다가 3,4년차가 되면 누수현상이 발생한다. 경제보좌관이 국민의 정서를 모르는 망언을 한 것도 사실상 권력일탈 현상이다. 이럴 때 지도자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종의 음참마속(泣斬馬謖)인 셈이다. "단순히 온정주의를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잔인한 결정을 하는 것이 나머지 3년을 성공하는 길(박지원 의원)”일 수도 있다.

'헬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 결과적으로 김 보좌관이 야당에 '내로남불'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과 아세안의 차이는 무엇이냐"면서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들이 간혹 나온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최근 물의를 일으킨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수많은 국민들을 당혹감과 실망에 빠트린 김 보좌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문 대통령의 선택은 적절해 보인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경제보좌관이 구조조정과 실업에 대해 갖는 인식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말실수는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매사에 언중유골(言中有骨)인 법이다.청와대 참모진의 현실인식과 경제사안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文 대통령-靑 참모진, 초심으로 돌아가 옷깃 여미고 국민 앞에 겸손해야

김 보좌관 문제가 단순히 말실수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시국을 보는 청와대 참모진의 시각을 반영했다면 이야 말로 우려스런 일이다. 경제난에는 무대책 속에 남의 탓이나 하는 것처럼 보아넘긴다는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대통령의 진정한 참모라면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직접적 요인인 구조조정과 취업난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빈정거리는 어투로 세상을 비꼬거나 하는 이런 인식 속에서 결국 실업이나 경제난은 해결책이 없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국전쟁의 영웅인 맥아더 원수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의 실패는 권력의 오만함에서 비롯된다. 오만하지 않으려면 먼저 주변을 살피고 경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잘 하고 못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권력 주위를 잘 살피는 것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막는 비결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교안보적으로 그렇고 경제도 매우 비상시기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옷깃을 여미고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혹시라도 권력에 취해서 참모진들이 불손하고 오만한 언행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끝내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