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허창수 GS회장이 다섯번째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을 맡으며 '회장공석 사태'라는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전경련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제58회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단의 추대를 받아 허 회장을 제37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총회는 전체 정원 512명 중 56명이 참석하고 230명 위임장을 접수, 총 286명으로 성원됐다.
허 회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이번이 5번째 연임이다. 허 회장은 오는 2021년 2월까지 전경련을 이끈다. 허 회장이 한번 더 연임하면 총 10년 간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고(故) 김용완 경방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역대 최장수 회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미 허 회장은 2017년 2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데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회장직을 고사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연임했다.
전경련은 최근 몇달간 차기 회장을 물색했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위상이 추락하면서 차기 회장을 하겠다는 인물이 없어 구인난을 겪었다. 이에 허 회장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한번 더 회장직을 맡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허창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또 한번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전경련은 3대 혁신안을 발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재무제표를 공시하며 투명한 운영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국민들이 보시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 자리를 다시 맡겨주신 만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전경련은 과거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주도하는 재계 대표 단체였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이 일제히 탈퇴하고 정부의 각종 행사에서도 꾸준히 제외되고 있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사업방향과 예산을 승인 받고 향후 적극적인 사업추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허 회장은 올해 4대 중점사업 방향으로 ▲저성장 극복과 지속가능 성장 ▲일자리 창출 ▲산업경쟁력 강화 ▲남북경제협력 기반 조성을 제시하면서 경제 활력을 살리는 일에 국민들의 관심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을 주문했다.
허 회장 앞에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폐집단'으로 몰리며 현 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줄곧 소외됐다. 이 때문에 '전경련 패싱'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재계 소통창구로서의 입지를 상실하며 약화한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게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회원사들이 연이어 탈퇴한 데다 입주사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심화한 재정난도 문제다. 여기에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60%가량 쪼그라든 인력 규모 역시 전경련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경련은 2017년 3월 내놓은 혁신안에서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경제인이 아닌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