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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일제강점기’ 대신 '항일전쟁기’나 ‘항일운동기’로 부르자
3·1운동 100주년...'일제강점기’ 대신 '항일전쟁기’나 ‘항일운동기’로 부르자
  • 권의종
  • 승인 2019.03.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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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이서 유행하는 '나나랜드’의 정치경제학...대한민국은 ‘우리’가 주인, '나’를 주어로 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3·1운동 100주년이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하는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3.1절 관련 보도를 접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일제강점기’ 용어다. 대한민국 근대사 중 1910년 8월 국권 피탈로 대한제국이 멸망한 후부터 8·15광복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하의 식민통치시기를 지칭한다.

일제가 주어(主語)인 표현이다. 우리는 점령당한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점령만 당하고 있지 않았다.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 걸고 독립을 외치며 일제에 항거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항일전쟁기’나 ‘항일운동기’로 정의되는 게 마땅하다. 차라리 일제피점기라고 하면, 우리가 약해서 나라를 빼앗기고 고생을 했으니 힘을 길러야겠다는 각오라도 다질 수 있을 터인데. 어쨌든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위안부’ 용어는 더욱 일본 중심적이다.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일본의’ 용어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다. 위안이란 ‘위로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성노예로 삼은 일본군을 죽이고 싶었을 그 분들을 어떻게 위안부로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용어의 유래를 알고 나면 더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린다.

일본군은 성욕 해결을 위해 여성들을 동원해 설치한 시설물을 ‘위안소’라 불렀다. 상해(上海)사변이 있었던 1932년 전후부터다. 그리고 위안소에 수용된 여성들을 예기(藝妓), 작부, 매음부, 접객부, 종업부, 영업자, 기녀 등으로 불러댔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호칭이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위안부’라는 말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용어, 일제가 주어(主語)...그대로 가져다 쓰는 우리 모습 더 한심

이런 용어를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 한심스럽다. 그동안 정부는 뭘 했으며 역사학자나 국어학자는 어디 갔었단 말인가.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던 언론도 원망스럽다. 무심코 용어를 구사하는 것은 말이나 글을 쓸 때 주어를 생략하는 관습 탓도 크다. 주어를 ‘나’나 ‘우리’로 표현하면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지 위안부 피해자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신세대에게 배워야 할 것 같다. 근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나나랜드(Na Na Land)’가 유행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관습보다 나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내가 중심인 세상’이라는 자기 긍정주의의 패턴이다. 남의 눈과 세상의 기준보다 나에게 집중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 2019'가 선정한 10개 소비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데이미언 세이어 셔젤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에서 따와 내가 중심인 세상에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신조어다. 이를 반영한 패션품목이 주목받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어글리 패션 등이 인기다. 체중이나 체형과 관계없이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레깅스, 낮은 굽으로 편안함을 강조하는 컴포트화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나나랜드의 핵심 키워드는 ‘주인의식'이다. 이런 게 우리 정치나 경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2월 일자리 성적표를 대하는 정부 당국자의 태도만 봐도 그렇다. "고용 지표가 크게 개선됐고, 고용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아졌다"는 자화자찬 뿐이다.

경제부총리 역시 "13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20만 명대로 회복되어 다행스럽다"는 막연한 평가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 명 증가한 점만 말하고, 30~40대 취업자가 24만 명 줄어든 점에는 본체만체다. 자기 일을 남 얘기하듯 한다.

3.1운동 한세기, 치욕적 용어 바로 잡고...실종된 ‘주인의식’과 ‘자존감’ 일으켜 세울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 논란도 주인의식 부재의 전형이다. 줏대 없이 방향이 오락가락 춤을 추었다. 논란의 발단도 주무 장관인 경제부총리의 실없는 발언에서 비롯되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제도의 축소·폐지 의사를 뜬금없이 내비쳤다.

서민 증세라는 반발이 몰아치자 정부의 태도가 돌변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돼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개편 여부와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한입으로 두 말을 한 꼴이다.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정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아니면 말고 식’ 행정으로 서민들도 가슴 졸이며 냉온탕을 오가야 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얕잡아보는 사례는 더 있다. 엊그제 경제장관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지명 직전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그 집에 도로 월세로 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장관 지명자는 그동안 체납해온 세금을 서둘러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나마 찔리는 양심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스스로 고사하는 게 옳다. 머슴이 주인에게 취할 수 있는 최소의 도리다.

실종된 주인의식 회복은 시대적 과제로 서둘러야 한다. 100년 전에도 천하보다 귀한 목숨까지 내걸며 ‘오등은  ~~~하노라’ 하면서 우리가 주인임을 내외에 선포했다. 나나랜드처럼 ‘나’를 주어로 해야 내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잘못을 깨달을 수 있고, 바로 잡을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우리가 주인이다. 주객전도(主客顚倒)나 객반위주(客反爲主)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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