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선임에 모두 반대했지만 최태원 SK 회장은 웃었으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둘 다 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다 오너일가 지분도 비슷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회사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 의결요건이 달랐던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 대한항공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사내이사 선임요건을 강화한 조치가 결국 조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그룹 지주사 SK㈜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SK㈜는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옥 3층에서 제28차 정기주총을 열고 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과 정관변경 안건 등 5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보유주식 수는 발행주식의 88.5%였다. 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출석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했다. SK(주)의 지분율을 보면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 30.88%, 국민연금이 8.4%, 외국인이 25%를 가지고 있다.
반면 조양호 회장은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제 57기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는 전체 의결권(9484만4611주) 가운데 73.84%(7004만946주)가 참석했다.
국민연금은 26일 조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와 재판 진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등을 들어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다. 찬성표가 훨씬 많았지만 3분의 2 찬성에는 2.6%포인트가 모자랐다.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33.35%, 국민연금의 11.56%, 외국인이 20.50%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리스크는 양쪽에 다 있다.
최 회장은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그 뒤 수감생활을 하다가 2015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판정났다.
조 회장은 270억원 규모 기업 이익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땅콩 회항' '물컵 갑질' 같은 일탈 행위가 벌어지게 한 책임도 있다 또 공정위는 조 회장을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사내이사 선임의결 요건 차이가 승부갈라...SK는 과반수 찬성이고 대한항공은 3분의 2 찬성
두 회사가 겉으로는 비슷한 요건을 갖췄으나 상반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 의결요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 상법은 주총 결의요건을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생주식 총수의 4분의 1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관은 다른 조항이 있으면 이를 따르도록 해놨다. SK는 이사선임요건을 상법상 규정과 동일하게 출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요건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돼 있다. 결국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았지만 3분의 2 찬성에는 2.6%포인트 부족했던 것이다.
대한항공은 1998년 주총에서 이사선임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IMF 외환위기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사냥꾼들의 사내이사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이 조치가 조 회장의 퇴진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