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박영선ㆍ김연철을 장관에 임명했다. 인사청문회는 있으나마나 하다. 특히 박영선은 청문회조차 건너 뛰었다고 할 수 있다. 싸움만 하다가 중단됐다. 그럼에도 장관이 됐다. 이는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인사청문회에 관계 없이 시킨다는 뜻이다. 나는 두 사람의 경우 기본이 안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낙연 총리는 김연철에 대해 그중 나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다들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그 대통령에, 그 총리, 그 장관이다.
이쯤되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법하다. 인사청문회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할까. 물론 야당이 발목을 잡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번 인사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오만의 극치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동의 없는 임명을 법으로 막겠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지금 인사청문회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8일 “무자격 장관 임명 강행을 재고하고 터무니없는 인사를 발탁하고 검증하지 않은 인사라인을 문책·교체하라”며 “명백하게 부적격 인사로 판명되거나 청문 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경우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어코 ‘내 사람이 먼저’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경력 한 줄 보태줄 간판 정치인의 위선 옹호가 국민보다 소중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영혼이라도 다 바칠 준비가 된 속내를 만천하에 공표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불통·오만·독선의 결정판인 인사 강행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 온 평화민주당에서도 “오기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화를 돋구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서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행정 능력, 정책 능력을 잘 보여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관들은 '코드 맞추기'로 화답했다. 심하게 얘기하면 봉숭아 학당 같다고 할까. 끼리끼리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현 정부 집권 만 2년도 안 돼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인사는 박근혜 정부보다 많은 11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조동호 과학기술정통부·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일방통행식' 임명에 대해 국회에 이해를 구하는 발언도 없었다. 마이웨이를 계속 하겠다는 뜻이다. 솔직히 걱정스럽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는 끝이 좋을 수 없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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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