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5G 통신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홍보한 것과는 달리 잘 터지지도 않고, LTE와 비교해 볼 때 그다지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의 설명은 더 걸작이다. LTE 개통 때도 초기에는 그랬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잠자코 기다려라는 얘기와 다름 없다. 소비자는 왕인데 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할까.
“일단 (5G가) 잡히지가 않아요. 잡혔을 때 뭘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일단 잘 안 잡히니까. 서울 한복판, 종로에서도 잘 안 잡히는데 다른 데 가면 잘 잡힐까…” 한 이용자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주파수의 특성을 우선 이유로 꼽고 있다. 5G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3.5GHz 또는 28GHz로 4G보다 고주파, 초고주파라는것. 직진성이 강해 속도는 빠르지만, 도달거리가 짧고 중간에 장애물을 피해 갈 수 없는 약점이 있단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길에서 잘 안 터지는 것은 당연하다.따라서 기지국을 LTE보다 촘촘히 설치하고, 실내에도 별도 중계기를 달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통신업계에서는 "2년 정도는 돼야 일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6월 5G 주파수 경매를 하면서 이동통신사에 제시한 3.5GHz 기지국 수는 15만 국. 하지만 SK텔레콤은 10% 수준인 1만 5000 국을 설치했고, KT와 LG유플러스 설치율도 각각 11.5%, 7.6%에 불과한 실정이다. 10% 정도의 망 설치율을 갖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작했다고 선전한 셈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 지난 3일 밤 11시 세계 최초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보다 2시간 빨랐다. 당초 5일 개통하려가 버라이즌이 4일 개통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서둘렀다. 정부와 통신 3사는 행사를 열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자축했다. 그러나 상용화가 시작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나며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준비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KT는 지난 2일 ‘5G 무제한 요금제’를 공개하면서 통신업계의 판을 뒤집었다. 같은 날 SK텔레콤이 정부에 5G 요금제 수정 요청을 하고, 4일 LG유플러스가 수정된 5G 무제한 요금제를 다시 내놨을 정도다. 이에 통신 3사의 ‘5G 무제한 요금제’가 완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KT가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는 실제로는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특정 제한을 걸어둔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분명 IT(정보기술) 선진국이다. 이제는 내실도 기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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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