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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문재인 대통령...중재자도, 촉진자도 아니라니?
곤혹스런 문재인 대통령...중재자도, 촉진자도 아니라니?
  • 오풍연
  • 승인 2019.04.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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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미국도 모두 한국에 불만...이런 때일수록 고도의 외교전술 필요

[오풍연 칼럼] 남북미 관계에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하고 나섰지만 양쪽 모두 시큰둥하다. 북한과 미국이 자기네 편이 돼달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만 낀 형국이다. 이 문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뾰족한 수가 있을까. 솔직히 지금 외교안보라인으론 방법을 찾기 어려울 듯싶다.

기대했던 한미정상회담도 싱겁게 끝났다. 미국이 맨날 하는 소리만 듣고 왔다. 미국은 북한을 잘 설득해 보라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다. 뭔가 당근을 제시하면서 설득하라고 해야지 바뀐 게 없다.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 의도대로 끌려갈 리가 없다. 남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할 수도 없다. 어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 후 가진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내세우고 있는 중재자, 촉진자를 부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혹은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다짐해 온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미국이 아닌 북한과 같은 편이 돼 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미국대로 불만이다. 한국이 '중재자'임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을 더 고려하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며 우리측에 서운함을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빅딜'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달라는 게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트럼프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한국이 '중재자'가 아닌 '같은 편'에 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양측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중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고도의 외교전술이 필요하다. 그런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강경화 외교장관, 김연철 통일장관이 나서야 될 문제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정은이 남측의 '중재 역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낙관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이 바라는 ‘빅딜’과 북한이 주장하는 ‘스몰딜’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라인업으로 어렵다면 사람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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