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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LG화학 이럴 수가"…미세먼지 배출 조작에 시민들 '충격'과 '분노'
"믿었던 LG화학 이럴 수가"…미세먼지 배출 조작에 시민들 '충격'과 '분노'
  • 강승조기자
  • 승인 2019.04.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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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발표, 측정업체와 짜고 오염물질 측정치 50분의 1로 줄여...LG측 "관련시설 폐쇄" 사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LG그룹의 모태기업인 LG화학이 공장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LG화학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측정값을 조작하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 국민이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공포에 사로 잡혀 있을 때 LG화학은 정부와 국민을 속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여수지역 시민과 환경단체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강도 대책을 촉구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며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측정을 의뢰한 235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전남 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업단지 지역 4곳의 조작사실을 확인했다. 이 4곳은 측정을 의뢰한 235곳에 대해 2015년부터 4년동안 대기오염 물질 측정값을 축소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할 것으로 드러났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배출조작을 의뢰한 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235곳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15일 송치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환경부, 4개 측정대행업체와 사업장 235곳 적발...4년간 1만3천여건 기록부 조작 , 허위발급  

LG화학은 염화비닐 등 대기유해물질 수치를 속였다.

LG화학 여수화치공장 측정대행업체의 측정치는 엉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수화치공장의 2016년 11월 염화비닐 실측값은 207.97ppm이었다. 배출허용기준은 120ppm이다. 그러나 측정대행업체인 정우엔텍연구소는 측정값을 3.97ppm으로 조작했다. 측정값을 50분의 1로 줄인 것이다.

측정을 의뢰받은 측정대행업체들은 2015년부터 4년동안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했다.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4253건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조작하는 등 실제측정값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 기준치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았다. 먼지는 미세먼지의 1차 원인물질이다. 황산화물은 2차 원인물질이다.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본다"며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다음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은 조작 사실을 즉각 인정했다.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신학철 부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건강영향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수 시의회,  시민단체들  고강도 조사와 대책 마련 촉구

LG화학 등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사건이 알려지자 여수 지역은 충격에 빠졌다. 여수 시민들은 여수산단을 대표하는 LG화학이 대기오염물질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웅천지구에 거주하는 주부 문수희씨는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산단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 미세먼지나 대기오염과 무관하리라 생각했는데, 철저하게 조사해서 불안감을 없애달라"고 강조했다.

시민 김모씨는 "믿었던 대기업이 오염물질 측정결과를 조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관행처럼 조작이 이뤄졌다면 더 큰 문제인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뉴스 내용을 분석하는 등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11시 GS 칼텍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은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미세먼지는 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경영상 어려움을 핑계 삼아 저감 노력은 등한시해왔다"며 "국민을 속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한데 배신감을 느끼며 검찰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조작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스템 자체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초래한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 비용으로 미루는 등 책임지지 않은 행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 여수산단 실태파악특별위원회도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과 관련해 진상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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