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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에서 생각나는 이헌재의 ‘카리스마 리더십’
경제위기 속에서 생각나는 이헌재의 ‘카리스마 리더십’
  • 정종석
  • 승인 2019.04.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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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무현 탄핵당시 경제 '구원투수' 역할...홍남기, 권한 안준다고 놀면 안 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전격 가결되자 시장의 충격이 컸다. 탄핵 발표 이후 무려 4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환율도 요동치는 등 탄핵 가결에 대한 충격파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하지만 시장충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곧바로 안정을 취했다. 경제부처의 기민한 움직임이 시장 안정을 가져온 것이다. 당시 경제부처를 총괄한 인물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였다. 이 전 부총리는 탄핵 기간인 8주 동안 총 7번의 장관급 회담을 주재했다.

고건 당시 국무총리는 외교와 안보 등 전반적인 정부부처 관리를 맡았고,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경제부문 부처를 나눠 맡아 운영했다. 청와대 재가를 받는 등의 절차가 공식적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에게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전권이 주어지면서 다양한 혁신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탄핵 가결 직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당시에 "경제문제 만큼은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국민생활 안정과 대외신인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일요신문,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이 선택한 ‘우리 시대의 최고 경제부총리’는 이헌재"

그는 탄핵일인 12일 당일에만 한강다리를 여섯 번 오갔을 정도로 분주했다고 한다.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바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면서, 당시 국제금융국에 국제신용평가사와 연락을 취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들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 당일 오후에는 IMF, OECD, 무디스, JP모건 등 1000여개 기관에 본인 명의의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한국이 성장 기조의 경제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제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제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확고한 경제철학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경제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때론 유연하게 정책을 펴야 하고, 정권이나 재계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달 일요신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이 선택한 ‘우리 시대의 최고 경제부총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총 62표 중 25표를 받았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IMF 외환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 은행감독원장에 오르며 이듬해 초대 금융감독원 원장을 지냈다.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후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이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에 복귀, 2004년 2월~2005년 3월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중단 위기에서도 이 전 부총리는 시장 불안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남기 부총리 “예상보다 여건 악화” 우려...지금은 우려가 아니라 대책 내놓아야 할 때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이 전 부총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재계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철학이 있었다’,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가졌다’, ‘유연한 자세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쳤다’ 등을 꼽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과 투자, 소비 등에서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뒷걸음질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적시에 대응함으로써 당초 제시한 성장목표(2.6∼2.7%)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뭔가 공허하게 들린다. 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다. 홍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출이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투자도 동반 부진했고, 일시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온통 대외여건 또는 남의 탓이다.

홍 부총리는 “예상보다 여건이 악화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려를 표할 때가 아니라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막연하게 남의 탓을 하는 것이 경제부총리라면 그런 정도의 경제부총리는 아무나 할 수가 있다.

청와대가 권한 안준다고 놀고 있는 경제부총리 존재 의미 없어...앞장서서 경제 구해야

전날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외에 재정과 세제, 통화정책 등이 총망라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어려울 때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승객들을 동요치 않게 하는 조타수와 선장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물론 홍 부총리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직접 관장, 운용하는 바람에 경제부총리가 운신의 폭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업은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홍 부총리에게 과거 이헌재 전 부총리같은 개인기나 정책적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더라도 우리 경제의 실무사령탑인 홍 부총리는 시장에서 너무나 존재의 의미가 없는 편이다. 취재기자들로부터 뉴스가치가 떨어지는 취재원은 능력과 존재가치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말한다.

청와대가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그저 놀고있는 경제부총리는 존재의 의미가 더더욱 없다. 스스로 앞장서서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대권’을 부여받아 경제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청와대가 가로막혀 있다고 지레 포기를 하고 아무 일도 안한다면 이는 경제부총리의 참다운 모습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부총리는 개인 특성이 중요하기보다 당대 관료조직의 대변자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대통령이 권한을 주지 않는 마당에 경제부총리의 개인역량을 따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제 실정 속에서 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고 마냥 밀어붙이는 청와대나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엉거주춤하는 경제부총리나 딱해보이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인 느낌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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