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국내 3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계열 상장사 179곳의 80%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광모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은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 대표와 이사회 의장까지 모두 독점하고 있어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9일 내놓은 '30대 그룹 상장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임 현황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30대 그룹 계열 12월 결산 상장기업 179개사 가운데 80%인 143개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LG, GS, 한진칼, 두산, CJ,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 지주회사 6개사를 포함한 30개사(16.8%)는 그룹 총수나 총수의 특수관계인이 대표이사에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LG의 구광모 회장과 GS의 허창수 회장은 각각 그룹 총수이면서 지주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과 한진칼, CJ,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에서는 총수의 특수관계인이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했다.
또 10대 그룹중 현대차,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6곳은 계열사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이 한곳도 없었다.
또 19개사에서는 아예 정관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임을 규정했다.
이밖에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기타 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은 곳은 11개사(6.1%)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대주주인 SK텔레콤 박정호 대표이사가 기타 비상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약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이사회에서 걸러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안 본부장은 "모든 상장사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획일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회사가 대규모 투자나 기술 도입 등을 결정할 때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임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