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처리, 법은 법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삼성 이재용 처리, 법은 법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 강승조기자
  • 승인 2019.05.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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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적, 검찰 수사, 대법원 판결 등 '트리플 악재'...원칙과 순리가 정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 자사 공장에서 개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한국의 반도체 비전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이것을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를 짓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한결 편안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건설 중인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의 극자외선(EUV)동 건물을 가리키며 고 농담을 건넬 만큼 문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EUV동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90분간 동행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EUV 공정 7나노 웨이퍼·칩 출하 기념식을 갖고 EUV동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집권하고 처음으로 국내에서 삼성 공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로 초청한 기업인들과 산책에서 이 부회장의 초대를 받고 “얼마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3개월 만에 지켜졌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 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으며 현재는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은 곧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서는 그가 재수감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위중한 상황이다. 

삼성이 긴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9일 밤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이 구속되는 등 삼성에 대한 예리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윗선'인 옛 삼성 미래전략실과 이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또 검찰의 포토라인에 설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일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가 된지 꼭 1년이 됐다.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영향력을 입증했지만 사방에서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도 최악이다.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10분기 만에 제일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중 70% 이상을 차지하던 반도체가 업황 악화로 부진하자 10분기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2%나 감소했다.

지난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 석방 후 첫번째 실적 발표에서 예상을 깨고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지 1년 만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대부분 사업 실적이 급격히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이 부회장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최초 폴더플폰을 자랑하려던 '갤럭시폴드' 출시가 연기되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외신들로부터 '불량품'이라는 조롱을 받는 수모를 겪기가지 했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식 선포했지만 악재들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만들어낸 성과를 이어받아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종합반도체 기업'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삼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현실에 맞닥뜨려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갖가지 악재에 휩쓸려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느냐,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퀀텀 점프'의 계기를 찾느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관련 대법원 재판을 곧 받는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때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삼성 총수'가 된 이 부회장이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볼수 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재벌 총수를 대통령이 만난 걸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기업 활동과 재판은 별개라는 청와대 입장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꼭 이재용 부회장에게 미리 사면장을 준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다. 재판을 청와대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삼성방문으로 재판이 끝난 것처럼 인식하는 일각의 인식이 문제다.

이재용 부회장의 잘못은 전직 대통령의 숨은 실세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다.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아무리 삼성이라도 이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을 사업장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잘못했으면 법은 법대로 처리하고, 경제는 경제대로 살리면 될 일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원칙이자 덕목이다. 삼성은 원래부터 관리의 삼성이었고, 총수가 출근을 안 해도 잘만 돌아가는 그런 시스템경영에 어느 재벌보다도 탁월한 조직이다.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이 다시 감옥에 가더라도 삼성이 잘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삼성 방문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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