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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삼성, '삼바' 말고도 제일모직 가치 3조 부풀려 충격
'법 위의' 삼성, '삼바' 말고도 제일모직 가치 3조 부풀려 충격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9.05.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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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없는 바이오 신사업 추진으로 '뻥튀기' 평가…(구)삼성물산 주주 큰 피해
투자자 주머니 턴 이재용의 도덕성 의문…배임행위에 해당돼 검찰 수사 불가피

[금융소비자뉴스=박홍준 기자]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지배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혹 수사를 이 부회장의 기업승계와 연관성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실체가 모호한 사업을 추진해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가치를 3조원이나 부풀린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제왕적 경영 시스템아래 있다는 삼성은 총수인 이 부회장의 그룹지배력을 강화하고 개인적인 부를 증식시키는데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다는 이른바 ‘법위의 삼성’아 아직도 건재함을 말해준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방안으로 회계법인을 하수인으로 삼아 삼바분식회계로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턴 것도 모자라 ‘유령사업’을 동원해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부풀려 투명한 회계질서의 인프라를 송두리째 뒤 흔든 셈이다.

23일 관계당국과 한겨레신문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15년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작업을 본격 추진하기 앞서 ‘에버랜드 동식물을 이용한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꾸며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3조 원가량 부풀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여기에다 삼바까지 합하면 제일모직의 가치는 실제보다 4조 8000억 원 정도가 부풀려졌다.  현재 검찰이 분식회계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삼바의 콜옵션 부채 누락액 1조8000억 원에 달해 제일모직 가치는 이만큼 과대평가됐다.

딜로이트안진(안진)과 삼정KPMG(삼정)가 2015년 5월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에는 안진은 당시 제일모직의 총가치를 21.3조원으로 평가하면서 이 중 ‘바이오사업부’(제일모직바이오)의 영업가치를 2.9조원으로 산정했다. 삼정도 이보다 약간 많은 3조원으로 산정했다.

보고서에 ‘바이오사업부(신수종사업)’이라는 표현만 등장하는 제일모직 바이오는 사업 시작 첫해인 2016년 매출 839억 원을 올린 뒤 2024년엔 4조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바이오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단지 “에버랜드가 보유한 동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와 헬스케어에 활용한다”는 구상만 존재하고 합병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굴지의 두 회계법인은 어찌된 영문인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바이오사업을 제일모직 주력사업인 건설의 1조5000억 원보다 높게 평가했다. 이런 엉터리 회계는 회계의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과 금감원의 감리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안진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을 있었는지 보고서에서 기업가치를 터무니없이 과대평가한데 대해 나름 빠져나갈 구명을 보고서에 남겨 놓았다. 안진은 보고서에 “대상 회사(제일모직)가 제시한 개략적인 수준의 사업계획과 외부에서 작성한 자료에만 근거해 산정했다. 세부적인 자료의 입수 및 검토나 인터뷰 등 절차는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의 정확성이나 신뢰성,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도 달았다.

일부 회계들은 “이는 안진이 고평가가 문제가 될 경우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삼성으로부터 회계용역수주 등을 감안한 부실평가였음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이 부회장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높여 그룹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투자자 측면에서에서는 제일모직의 고평가로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엄청난 손해를 입게됐다. 회계법인들의 제일모직 과대평가가 투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이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이 보고서를 근거로 주주들에게 ‘안진의 회계 및 세무 실사’ 등 상세한 평가작업을 마친 결과 합병에 찬성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의혹이 이 부회장의 기업승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윗선’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업을 통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린 사실은 삼성물산주주 이익을 침해한 배임행위라는 점에서 삼바분식회계와의 병행수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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