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같은 경제크리에이터가 나와야 한다
봉준호 같은 경제크리에이터가 나와야 한다
  • 정종석
  • 승인 2019.05.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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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위기...한국경제 살리려면 세세한 디테일까지 머리에 들어있어야
                                                     봉준호 감독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 올해 초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 업계가 심하게 대립했다. 택시업계와 카풀(승차공유) 업계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택시업계에서는 승차공유에 대한 논의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택시업계의 입장에 승차공유 업계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 최근에는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와 택시업계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개인택시 기사가 분신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이에 강릉 출신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타다’의 모회사인 승차공유서비스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가 설전을 벌였다.

# "가정의 달 5월, 채무문제로 연달아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을 보고 참담한 마음입니다, 금융 시스템 내에서는 채무불이행이라는 불행을 죄악시하고 수치감이 들도록 하는 것이 시스템의 결함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8일 금융위 공식 페이스북와 블로그에 올린 '불행의 고통을 나눠지는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라는 제목의 글 내용이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표하고, 조만간 연체채권 처리 등 가계대출 사후관리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올들어 일어난 세가지 일을 열거한 것이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대개 사회에서 비정상인 사람들로 여겨지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개발경제 시대에 비해서 우리 경제가 엄청 성장했으나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책임있는 경제사령탑 부재론 확산...홍남기 부총리,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논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최근 OECD가 38개국을 조사해 내놓은 ‘삶의 질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삶의 질 순위는 2012년 24위이던 것이 2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3만 달러 시대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중심경제를 표방하고 포용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악화일로를 치닫는 실업률과 저성장 쇼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경제당국자들은 현재의 위기론에 대해서 글로벌 경제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고용저하라는 현상이 되풀이한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를 속시원하게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일 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20-30대 청년들과 장년층들의 절규가 높다.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폐업과 기업가의 투자 위축으로 시장 자체가 극도로 경색되고 있다. 각종 국․내외적 통계나 지표가 그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정부 여당은 피부에 와 닿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책임있는 경제사령탑 부재론도 확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둘러싼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논란이 나온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꼬집는 표현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요 결정을 내리며 정부를 ‘패싱’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2기 경제팀으로 출범할 때 홍 부총리가 경제 ‘콘트롤 타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가 장하성 전 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와 불협화음의 나쁜 선례를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같이 협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결정하는 홍 부총리의 리더십이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를 이견없이 수용하는 ‘예스맨’ 이미지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과거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처의 이해관계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조정역할이 상당히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성과 독식에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더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봉준호 감독,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쓴다고 '봉테일' 별명...직접 각본 쓰고 콘티 그려

그렇다면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에게 명실 공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아무런 힘을 주지도 않고 책임만 묻는다면 누가 신명나게 일을 할 것인가. 여기서 문득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줄거리가 머리에 떠오른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한데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법한 두 가족은 얽히게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에 대한 극찬의 내용이다. 출연배우들은 봉 감독을 표현할 때 "모든 게 머리 안에 다 들어가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봉 감독은 연출 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본의 모든 장면을 그려 만화책처럼 만든 뒤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세세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영화 '옥자'를 함께 찍은 영국 배우 릴리 콜린스는 "봉준호는 사랑스러운 괴짜 천재"라고 말했다.

이런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쓴다고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세계적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대단한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꾼인 동시에 독재자가 아닌 리더다. 성군이자 덕장"이라고 평가했다.

"만화처럼 그리시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동작 하나하나 디테일이 콘티 안에 그려져 있어요. '모든게 이미 머리 안에 있으시구나'라는 생각에 놀라웠어요. 영화 속에 안나온 충숙(장혜진)에 대해서 사소하게 말해주셨는데 모든 배역에 대해 대화를 나눠요. 기우는 민혁이(박서준)와 이런 관계였을 거다, 그런 것까지요."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한 배우가 봉 감독을 평가한 내용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영화 ‘기생충’이 그린 것처럼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보호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 있다. 뭐든지 성과가 나오기 까지는 그만큼 디테일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봉 감독 같이 경제를 영화처럼 만드는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모든 부분과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며 조율하는 경제사령탑의 출현이 정녕 요원한 것일까.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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