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노조, 앞으로 기업결합 반대투쟁에 집중…대우조선 인수 '산넘어 산'
[금융소비자뉴스=박홍준 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법인분할 날치기 통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은 지금까지는 노조의 물적분할 저지를 위한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주주총회장 변경을 통해 강행된 법인분할 효력에 대한 법적다툼과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막기 위한 투쟁으로 변모된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이날부터 현장실사를 벌이는 현대중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기필코 막는다는 입장이어서 노사간 충돌이 우려된다. 이날 울산과 옥포에서는 두 노조가 동시에 사생결단식 인수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어 현대중이 대우조선을 최종인수 까지는 험난할 전망이다. 현대중의 대우조선인수가 첫발을 뗀 모양새지만 공정거래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또 무엇보다 성난 노조와 지역 사회를 설득하는 일이 남아있어 인수문제가 연내 종료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현대중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지난 31일 임시주총에서 통과된 법적분할 무효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울산 본사 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날 하루 전면파업으로 주총 원천 무효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추가 파업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노조는 주주들이 변경된 장소,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주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당초 주주총 회장인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에 봉쇄되자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열었고 사전에 이를 확성기와 유인물을 통해 현장에서 충분히 알렸다고 해명한다.
노사간의 심한 이견으로 노사대립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노조측은 법인분할의 원천무효투쟁에 투쟁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주주들의 참석권과 의견표명권 침해 등 중대한 결격사유가 상당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최소 2주 전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소집에 관한 통보를 하게 돼 있고 현대중공업 정관(18조)에도 소액주주들에게 2주 전 소집 통지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노조측은 "주총 변경사항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고시 후 변경된 장소로 이동 불가능한 시간으로 고지했다"며 "미리 준비된 몇몇 주주들만 모여 숨어서 진행된 명백히 위법한 주총"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번 주총과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로소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 안건을 처리했다"며 "대다수 소액주주들은 주총 장소·시간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고 주총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측은 "주총 장소 변경은 적법한 절차와 판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주총에서 결의한 사항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이 3일 분할등기를 마치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으로 쪼개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지배구조 변경 1단계를 마무리한 셈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이제부터는 기업결합심사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다. 노조는 현대중이 대우조선을 온전하게 인수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와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저지하는데 투쟁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현대중과 대우조선이 합병할 경우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60%를 웃돌아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인데 경쟁국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려 합병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도록 해 합병을 무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중 노조의 물적분할 반대투쟁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대우조선 노조도 이날 부터 현대중의 옥포조선소 현장실사 경영실사저지 투쟁에 나섰다. 노조와 실사단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실사 기간은 3일부터 14일까지다. 이 기간동안 20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조선·해양·특수선 현장을 점검하고 아울러 유형자산을 확인하고 회사 관계자들과 직접 면담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실사를 적극 막기로 하고 이미 현장실사 저지단을 꾸려 실사 저지 훈련을 하고,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지키고 있다.노조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될 경우 인적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고, 대우조선과 관계를 맺은 협력업체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등의 이유로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