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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배우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배우다
  • 장태평
  • 승인 2019.06.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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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했다. 이 나라는 3년 전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완전히 변신하고 있었고, 최근 세계은행(IBRD)에서 실시한 기업환경 평가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인 상위 10개국으로 선정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도 2천 달러에 못 미친다. 구매력평가 국민소득은 6천 달러를 넘지만, 이처럼 우리와 경제력 차이가 큰데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면, 어디에나 배움은 있다. 우리의 위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끼기에 우리가 소홀히 하거나 잃어가고 있는 것을 그곳에서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개방정책에서다. 3년 전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했다. 공항이나 고속도로에서 엄격한 검색이 사라지고, 외환이 자유화되고, 협동농장이 민간 기업농장으로 전환되고, 경제 자유 특구가 설치되었다. 5개년 국가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개혁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에는 차관 세 사람이 외국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외환 제도 개혁으로 외국인 투자가 점증하고, 외국에서 성공한 우즈베키스탄 기업인의 투자가 크게 확대된다고 한다. 시내에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건설기 증기가 분주하고, 상점은 활기가 넘친다.

개방이란 시장주의를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훈장을 주고 세금혜택을 준다고 투자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이 보호되고, 외환 및 금융, 산업 및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시장에 맡겨져야 한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개방이다.

과거 공산주의 이념에 빠졌던 국가들이 자유 시장주의를 받아들여 지금 경쟁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세계는 시장주의가 상식이 되어 흘러가고 있는데, 시장주의 폐해를 침소봉대하며 사회주의적 이념과 포퓰리즘을 확대하려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둘째, 국가 정통성 확립에서다. 우즈베키스탄은 14세기 중반에 번영했던 티무르제국의 후예다. 그들은 모든 중앙아시아를 통일하고, 발칸반도, 남러시아, 북인도까지 원정해서 용맹을 떨쳤다. 수도 타쉬켄트 중심에 제2의 칭기즈칸이라는 티무르 제왕을 동상으로 모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 대통령은 독재자라던 전임 초대 대통령을 재평가하여 동상을 세우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전임자의 딸을 비리 혐의로 구속하고, 전임자 아들은 프랑스로 망명하였으나, 초대 대통령의 업적과 구분하는 후임 대통령의 철학이 부러웠다. 문화혁명의 과를 극복한 중국의 마오쩌둥 평가가 떠올랐다. 우리의 비참한 현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국민은 민족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중앙아시아의 맹주 의식이 강하다고 한다. 이런 철학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국가발전의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교민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부모와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살아있다고 부러워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국가이념이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비판이 난무하고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다. 병사들이 군 복무에 의문을 제기하고, 회사원이 회사를 삶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공동체에 대한 정통성이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

셋째, 교육에서다. 우즈베키스탄 유적은 왕궁보다 대학건물이 더욱 크고 화려하다. 티무르왕의 묘를 방문하고 놀랐다. 티무르왕과 다음 왕들의 관이 차례로 작아지며 나란히 있었는데, 티무르왕의 관 위에 그 관보다 더 큰 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티무르왕의 스승의 관이라 한다. 교육과 스승에 대한 가치관이 특별했다.

그런 영향으로 이슬람 신학의 중심을 이루었고, 지금도 많은 이슬람교 지도자들이 우즈베키스탄 신학교 출신이라 한다. 대수학을 확립한 알콰리즈미도 이곳 출신이다. 인문과 원리교육의 전통으로 중앙아시아와 이슬람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무너지고 있는 인간적 품성을 바로 세우는 길은 교육이다. 늦더라도 근본을 갖추어야 미래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성실하고 겸손하다. 미래만을 믿고 뛰는 가난한 젊은이와 같다. 부유의 덫에 걸려 시들어가는 우리나라를 떠올리며 걱정이 되었다. 모든 나라가 자유시장과 무한경쟁으로 맹렬히 뛰고 있는데, 우리는 경직된 이념과 사회적 갈등을 확산하며 뒷걸음질하고 있다. 정신적 기본 틀이 무너져 있다. 미래를 위해, 시들어가는 근대화 정신의 부활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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