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동시에 바꿨다. 사실상 경질로 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둘에 대해 계속 교체를 요구해 왔다.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둘다 함량미달이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그렇다치고, 윤종원 전 경제수석도 큰 실망을 주었다. 윤종원은 제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경제에 정통한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윤종원은 잘 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그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지인은 까마득한 후배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 역시 불만스럽다는 얘기였다. 김수현은 처음부터 매우 잘못된 인사였다. 정말 중차대한 시기에 경제를 아는 사람을 앉혀야 하는데 엉뚱한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이 그를 직접 찍었다면 책임질 일이다.
정책실장은 후임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수석 후임은 이호승 기재부 제1차관이 맡았다. 이호승은 잘 모른다. 김상조는 김수현보다는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책실장은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그럼 면에서 볼 때 김상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책실장이 욕 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를 볼 때는 더욱 그렇다. 고삐를 바짝 조여도 모자랄 판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사령탑 둘을 동시에 바꿈으로써 극약처방을 한 셈이다.
청와대 경제정책 투톱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각각 장관급, 차관급 자리로 내각의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임명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됐다는 점에서 경제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가 그런(문책) 얘기를 할 리는 없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누가 보더라도 경질이다.
김 전 실장은 작년 11월 임명된 지 224일 만에,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작년 6월 임명된 지 360일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있다가 승진한 점을 감안하면 2년 1개월 만에 옷을 벗는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눈에 보이는 경제 성과 도출을 강조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경제성장률과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나아지지 않자 경제정책 입안의 한 축인 청와대 경제라인에 책임을 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경제가 어려워진 게 이 둘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문제도 없지 않다고 여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거의 바닥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총리도 경제를 잘 아는 사람으로 바꾸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교체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청와대 안의 인사요인은 더 있다. 아직 한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바로 조국 민정수석이다. 그가 이 정부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조국 때문에 민심은 많이 떠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인사권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주사도 제때 맞아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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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