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주요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이다. 지난 달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마각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이를 보도한 바 있다. 내용 그대로다. 우리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태가 진전하지 않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오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들 세 품목은 일본이 전세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따돌린 것과 무관치 않다.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현재로선 딱히 해법도 안 보인다. 반도체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들 품목의 수입마저 묶이면 생산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무엇보다 한일관계가 나빠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본만 탓할 수도 없다. 무역도 소리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지금 그런 형국이다. 일본과 갈등을 푸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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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