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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용, 삼성바이오 수사 ‘창과 방패’
윤석열과 이재용, 삼성바이오 수사 ‘창과 방패’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9.08.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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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속 양측 자제 움직임..."경제위기 극복" vs. "공정경제 구현" 귀추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장단 회의는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위기 상황에 따른 향후 대응 대책과 계획,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최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이날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와 일본 수출 규제로 국가경제가 전례 없는 초비상 상황(퍼펙트스톰)에 몰려있는 가운데 삼성 총수의 공식 발언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이 그동안 사실상 검찰의 손에 맡겨져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바 수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검찰인사 이전까지 끝내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 이후에도 수사라인에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인상이다. 김태한 삼바 대표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분식회계 의혹의 ‘윗선’을 규명하는데 제동이 걸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시간을 들여 증거를 보강한 뒤 김 대표에 대해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양국이 ‘경제전쟁’ 태풍에 불자 검찰도 현재는 시국과 사태를 관망중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공정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그는 "법집행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라며 "시장 교란 반칙행위 등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의 흔들림 없는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총괄해온 사안인데다 관련 수사를 이끌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검사장으로 올려 전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앉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의 속도 조절 가능성도 나온다. 검찰이 여론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이 부회장을 소환한다든가 하는 강수를 둘 경우 자칫 “대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재벌사냥’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와 관계없이 안팎에 놓인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이후 사업부별 최고경영진과 잇따라 회의를 열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주문한 만큼 당분간 여름 휴가를 미룬 채 현장을 찾아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일 경제전쟁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 최고책임자인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삼바 사건의 주요 인물에 대한 소환조사는 검찰 내에서 지휘라인의 검토를 통해 이뤄지지만 지휘라인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부터 사건을 보고 받아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라인의 정점인 검찰총장 자리에 앉았다.

삼바 김 대표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남아있는 데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부회장 등 옛 미전실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삼바 수사의 최종단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삼바 수사가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가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방점을 두고 차근차근 이뤄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삼성으로서는 현재 한일 갈등으로 그룹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시점에 컨트롤타워인 총수의 부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만큼 검찰이 신중한 판단해주길 바란다"는 것이 그룹의 설명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 수사를 맡은 검찰 인사들이 줄줄이 영전했고, 삼성이 분식회계를 통해 승계구도를 유리하게 형성했다는 게 검찰 시각인 만큼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는 피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삼성은 숨가쁘게 조여오던 검찰의 칼날이 외부 사정으로 무뎌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검찰은 새로 취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장으로 수사팀이 꾸려지면 이 부회장 등 윗선 수사를 진행할 계획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은 한일 갈등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재용과 윤석열 간의 ‘창과 방패’ 싸움이 언젠가 일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 부회장과 공정경제 구현을 취임사로 내건 윤 총장의 대결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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