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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말자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말자
  • 신부용
  • 승인 2019.08.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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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널리 인용되는 얘기이지만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천천히 데우면 아무 저항 없이 삶아진다고 한다. 어느 온도에 이르면 위험을 느끼고 튀어나와야 하는데 물이 조금씩 더워지기 때문에 결행의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 우파 지식인이 바로 이런 한심한 처지가 아닐까?

좌파 지도자들은 달랐다. 잇단 대선 패배로 입지가 좁아지자 기상천외한 사건을 조작해 민심을 선동하고 극렬 행동대원들을 앞세워 자칭 ‘촛불혁명’이란 정변을 일으킨 뒤 대통령을 탄핵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은 사전에 교육계와 언론기관을 장악하고 사법기관에 침투해 반대 세력을 마비시켜 놓은 상태여서 촛불 시위는 사실상 승전 후 깃발을 꽂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적폐 청산’을 내세워 전 정권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100년 집권’을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소위 우파 지도자들은 냄비 속 개구리의 행태를 그대로 연출했다. 정당한 재판도 없이, 즉 죄명도 모르면서 탄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관했으며, 재판에서 설마 대통령이 실형을 받으랴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교도소에 갇히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 재판이라는 것을 성사시킨 태블릿 PC가 증거로 쓸 수 없는 허위란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졌음에도 ‘지나간 일이니까’ 하고 묵묵히 쳐다만 봤다.

그 뒤로도 냄비에서 뛰쳐나와야만 했던 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드루킹 사건’, ‘노회찬 자살 사건’, ‘패스트 트랙 파문’,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멋대로 각색한 ’5.18 망언 소동’ 등등 어느 하나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어처구니없다고 한탄할 수밖에 없는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웃지 못할 희극들, 북한에 식량을 원조하겠다고 오지랖 넓게 나섰다가 거절당하는 망신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제는 ‘이런 일들은 그저 정부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위기다. ‘100년 정권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승인으로 비치기 똑 알맞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 나라를 떠받치던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며 사상 최악의 성장률과 실업률을 잇달아 경신하는 가운데 ‘한일 경제 전쟁’까지 터져 앞이 안 보인다. 철천지원수로 알던 북한에는 일방통행로를 열어 주고 일본은 적대국으로, 미국은 불신 국으로 만들어 최후의 우방조차 스스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구두로 합의한, 국회의 검토조차 없었던 평화조약을 믿고 북한을 마치 가족처럼 챙기는데도 이자들은 계속해서 간첩선을 내려보내고 미사일을 발사해 가며 우리를 떠보고 있다. 이 판국에 우리 정부는 “적대 의식이 없어 괜찮다”는 흰소리나 하고 아니면 “주시 중”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국민은 수용한다.

북한은 우리의 대응 태세를 충분히 간파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행동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우방마저 없어진 이 마당에 북한이 갑자기 우리에게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쳐내려온다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는 우파 지식인들이 달라져야 한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 구멍을 지금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외침이 도처에서 쏟아진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정신 차리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못 봤다. 심지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며 국민을 싸잡아 ‘개돼지’라고 윽박지르는 지식인도 많이 본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치지 않으면서 어찌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목표는 명백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비박(非朴)·친박(親朴)이 합치지는 못할망정 선거 때까지만 이라도 연대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긴 후 민주적 방식으로 잘잘못을 가려도 늦지 않다. 공산당만 아니면 되지 않는가.

비박·친박을 연대시키는 방안은 정치가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세력이 약해서’, ‘지명도가 낮아서’ 등의 이유로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그래서 국민은 지도자가 없다고 탓하며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서 하늘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지도자는 국민이 만들 수 있다. 지명도가 낮은 사람이라도 옳은 주장만 편다면 밀어주자.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푼돈이라도 아껴 지원하자, 그리고 썩은 언론을 외면하고 참신한 유튜버를 찾아 좋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자.

냄비가 곧 끓으려 하고 있다. 2020년 4월은 다가오고 있다. 재삼재사 강조한다. 그때까지는 과거 허물을 묻지 말고 비박·친박을 구별하지 말자.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데 동료 전우에게 빚 갚으라고 독촉할 것인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현재는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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