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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 편성 제대로 하라...복지비용 대느라 성장 마중물 고갈
새해 예산 편성 제대로 하라...복지비용 대느라 성장 마중물 고갈
  • 권의종
  • 승인 2019.08.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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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 심의도 편성 못지않게 중요...‘풍요 속 빈곤’ 연구개발 예산, 국회서 대폭 증액되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 관광객 감소에 일본 지자체들이 '비명’이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격히 줄자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 수가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일본 관광청의 발표다. 한일 관계 악화가 원인이다. 7월분은 양국 간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예약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더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관광객 수는 국가 간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지자체들도 관광 방문객 수 늘리기에 안간힘이다. 관광단지 조성, 테마 발굴, 이벤트 개발에 경쟁적이다. 예산을 무리해서라도 각종 국내외 행사나 대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인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남이섬, 전주 한옥마을,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등 24곳을 ‘2019년 열린 관광지’로 선정하고 시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한다.

관광객 유치가 쉬울 리 없다. 어렵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관광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현상을 잘 관찰하면 쉽게 해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원인을 찾아내 그에 맞춰 대책을 세우면 된다는 얘기다. 봄이면 벚꽃 구경에, 가을이면 단풍놀이에 인파가 몰린다. 이 경우 답은 가로수에 있다. 단풍나무와 벚나무를 길 양편에 번갈아 심으면 된다. 그러면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나들이객을 유인할 수 있다.

이런 제안에 자치단체장들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취지에 백번 공감하고 효과가 고무적이어도 관심조차 안 보인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본인의 임기 내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 돈 들여 실행에 옮겨봤자 최소 10년 후에나 성과가 나타날 일을 자청할 ‘바보’는 없다. 후임자에게만 좋은 일이다. 주민들에게 당장 주목받고 생색나는 일만 골라하기도 빠듯한 예산이다.

자치단체장, 임기 내 효과 없는 사업 외면...내년도 정부 예산도 ‘근시안 행정’ 확연히 들어나

근시안적 안목은 2020년 정부 예산에서도 확연히 들어난다. 경제부총리는 내년도 예산 편성은 경제 활력 제고에 주안점을 두었음을 밝혔다. 또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도 예년보다 늘렸음을 강조했다.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말뿐이다. 자료가 증명한다. 편성된 예산 내역을 보면 실망감이 크다. 말로는 성장을 앞세우나 실제는 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복지 예산이 R&D 예산을 압도한다. 정부의 예산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였다. 이에 비해 R&D 예산 증가율은 2018년 1.0%, 2019년 4.1%에 그쳤다. 내년에는 약 22조 원으로 올해보다 2조 원가량 늘어나는 정도다. 전체 예산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0% 이후 2018년 4.6%, 2019년 4.4%로 줄곧 감소 추세다. 반면 복지예산 비중은 2018년 33.7%, 2019년 34.3%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은 이 보다 더하다. 올해보다 증액된 44조 원의 절반가량이 복지부문에 투입된다. 복지예산 비중이 35%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각종 수당사업 등 복지혜택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다. 한번 늘어난 복지는 여간해서는 줄이기 어렵다. 실업 증가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수혜 대상이 확대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확장적 재정 운용에도 불구하고 복지에 예산을 쏟느라 성장에 필요한 돈을 못 대는 형국이다. ‘슈퍼 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R&D 예산이 태부족이다. ‘풍요 속 빈곤’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민간의 성장 동력이 떨어진 만큼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라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다급한 시점인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확장 재정에도 연구개발 예산 태부족...재정 마중물 삼아 성장 동력 높이지 못하는 현실 유감

정부라고 예산 편성에 왜 고민이 없었으랴. 경기 불황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까지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9%대 인상률 범위에서 예산을 증액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 인상 수준은 6.2%였으나,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수준(9.5%)의 예산 증가율로 정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10.6%)에 육박하는 높은 예산 증가율이다. 국가부채율도 39%대에 이른다. 힘든 민생 타개를 위한 복지 예산 증액의 당위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과 혁신에 관련된 예산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신기술 개발 등 경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예산 배분이 더없이 긴요하고 다급하다.

복지와 성장에 우선순위가 있을 리 없다. 둘 다 중요하다. 복지가 현 세대에 주어지는 혜택이라면, 성장은 미래 세대의 안위를 책임질 종자돈에 해당한다. 복지 쪽에 치중하게 되면 성장 쪽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한정된 예산을 양 부문에 적절히 배분하는 지혜로운 결단과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접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곧 국회에 제출된다. 예산 심의는 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예전처럼 정쟁만하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심사도 못한 채 막판 통과의 구태를 반복하면 안 된다. 지역구 선심성 예산에 눈독 들이며 의원들끼리 적당히 나눠 갖는 못된 버릇도 고쳐야 한다. 나라살림을 결딴내는 일이다. 그럴 에너지를 성장 마중물이 될 예산 확보에 쏟아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멀리 봐야 오래간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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