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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원한 건 한진 명예회장?...반도건설 권홍사 잇속 챙겨왔나
처음부터 원한 건 한진 명예회장?...반도건설 권홍사 잇속 챙겨왔나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3.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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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명예회장직 포함 경영 참여 요구”...반도건설 “몰래 녹음·악의적 편집으로 취지 왜곡”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지난해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대면하고 한진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했다는 사실의 진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또 권 회장이 사실상 경영 참여를 요구해놓고 지분 보유목적을 허위로 공시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권 회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과 반도건설을 포함한 3자 연합의 진흙탕 싸움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6일 한진칼이 최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조 회장을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며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반도건설이 정하는 인물을 한진칼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감사도 공동으로 뽑자고 제안했다. 한진그룹 소유 국내외 부동산 개발 참여도 요구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은 반도건설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것을 놓고 ‘허위 공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단순투자’ 목적임을 밝혔다. 그러다 지난 1월 ‘경영 참여’로 투자목적을 바꿔 공시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권 회장이 명시적 경영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는 허위 공시라는 지적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반도건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권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조 회장의 도움 요청에 응해 몇 차례 만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을 뿐 한진그룹이 주장하는 명예회장직 요구 등 관련 사실은 없었다는 것이다.

투자목적 변경 건에 대해서도 “당초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은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조 회장을 만난 당시 한진칼 지분율은 2~3%에 불과해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서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서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3개월 만에 ‘단순투자→경영 참여’...그 사이엔 한진칼 지분 8.28% 확보

하지만 반도건설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엿보인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1일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표하며 단순투자임을 명시했다. 이어 다음 달 30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6.28%까지 끌어올렸다. 역시 투자목적은 ‘단순투자’였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후 18차례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 8.28%을 확보했다. 그리곤 지난 1월 10일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권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났다는 12월도 이 기간에 포함된다. 권 회장이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어느 쪽이 승리하든 자신의 지분을 챙기려는 셈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13.3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주 추가 매입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반도건설은 앞서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두고 한진칼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3자 연합은 한진칼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의결권 불인정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어적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주총 날인 이달 27일 전에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허위 공시로 판명 시 3자 연합 의결권 3.28% ‘휴짓조각’...주총 승리 물 건너갈 가능성↑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이번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의 운명이 갈린다.

투자목적 변경이 보유목적 허위 공시에 해당하면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 분의 의결권 행사를 금한다.

만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판명되면, 오는 2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8.28% 가운데 무려 3.28%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3자 연합 31.98%의 지분이 28.78%로 고꾸라진다. 한 표가 아쉬운 3자 연합에게 막대한 타격이다. 반대로 조 회장은 승기를 굳히게 된다.

현재 의결권을 가진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은 최근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일부 처분으로 조 회장 측 32.45%, 3자 연합 측 31.98%로 각각 추산된다. 0.47%p 차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그룹 본사 건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그룹 본사 건물

아버지 타계 위로 vs 한진 명예회장 요구...주총 D-10, 이제 열 손가락 ‘카운트다운’

양쪽 모두 만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누가 먼저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입장이 갈린다. 핵심은 권 회장이 명예회장직을 포함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요구를 했는지 여부다.

권 회장 측은 조 회장이 불법으로 대화를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녹취한 파일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권 회장의 취지를 교묘히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회장의) 배신감에 할 말을 잃었다”며 “도와달라며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용하는 것이 대기업 총수가 할 일인가”라고 강도 높여 말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반도그룹 주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만남 요청 건에 대해서도 반도그룹과 정 반대 주장을 했다. 애초 권 회장이 만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권 회장의 요청으로 작년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남을 갖게 됐다”며 “(조 회장이)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이며, 명예회장직을 비롯한 명백한 경영 참여 요구였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또 “작년 12월 6일 기준 반도건설의 지분은 6.28%인데, 지분율이 2~3%에 불과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만남 자리에서 경영 참여 요구는 제안을 넘어 협박에 가까웠다는 게 한진그룹 설명이다.

이제 주총까지 10일 남았다. 하루 걸러 한 번 꼴로 양쪽이 서로 공격에 나서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마지막 충돌이 될지, 앞으로 상호 간에 선보일 카드가 남았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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