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1:55 (금)
난세의 지도자 오리정승 이원익(李元翼)
난세의 지도자 오리정승 이원익(李元翼)
  • 박석무
  • 승인 2020.05.18 11:0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 칼럼] 이원익(1547-1634)은 그의 호가 오리(梧里)여서 흔히 오리정승으로 세상에서 일컬었습니다. 1564년 18세에 사마시에 합격하자 영의정 이준경의 사랑을 받았고 1569년 23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하자 서애 유성룡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뒤에 황해도 도사로 부임하자 당시 황해도 관찰사로 있던 율곡 이이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의 벼슬살이로 옮기면서 승승장구로 벼슬길이 열렸습니다.

그때 조선의 조정에는 분당의 조짐이 있어 이준경·유성룡·이이 등은 조금씩 진영논리가 다르던 때인데, 이원익은 파가 다른 모든 진영의 수장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 관료로서의 자질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외적인 지방의 목민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선정을 베푼 목민관으로 인정받았고, 중앙의 중요 관직에 있으면서도 공정하고 청렴한 벼슬살이로 선배나 동료들의 신망을 한 몸에 안을 수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이전에 형조참판·대사헌·호조판서·예조판서를 역임하고 이조판서 재직 때에 임진왜란을 맞아 국난 극복에 큰 업적을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1595년 49세에 우의정 겸 4도체철사로 임명되어 왜군을 물리치는 최전방에서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광해군 시절에야 올바른 신하들이 자리를 제대로 지킬 수 없어, 여러 차례 벼슬을 그만두었으나, 끝내는 영의정 신분으로 귀양살이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인조반정은 이원익의 진영과는 다른 서인이 주도했던 이유로 서인 진영의 인사들이 벼슬을 독점하던 때인데, 뛰어난 재상의 능력을 지닌 이원익은 반대 진영의 추대로 귀양지에서 풀려나, 다시 인조 초년에 영의정으로 추대되어 어수선한 반정 초의 정국을 안정시키는 공적을 이뤄냈습니다.

이원익은 40년 가까이 재상의 지위에 있으며 5차례의 영의정, 호성공신에 녹훈되고 완평부원군에 봉해진 귀인이었으나, 서울에서 벗어난 시골(금천:지금의 광명시)에 두어 칸의 오막살이 초가집 한 채가 있었을 뿐, 퇴관 뒤에는 조석거리조차 없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청백리였습니다.

오리정승이 얼마나 위대한 정치가였는가는 먼 뒷날 다산 정약용의 찬양문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짐이 국가다.’가 아니라 영의정 이원익이 국가였다는 위대한 찬사를 바친 사람이 다산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위인이 되었을까를 다산은 참으로 정확하게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40년의 정승 생활을 했으나 아주 조그마한 체구에 섬약한 얼굴 모습, 꾀죄죄하게 주근깨만 가득한 안면, 숨겨놓은 옥처럼 보이지 않게 내공을 몸속에 가득 채운 인물이었기에 어떤 반대파도 그에게는 승복하는 거대한 정치적 역량을 지녔었노라고 다산은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시경(詩經)』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잘남과 똑똑함과 뛰어난 능력을 감추고 못나고 모르고 부족한 사람으로만 보여지게 해야만 큰 정치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경구(警句)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위대한 정치가는 비단옷 위에 홑옷을 껴입어 빛남이 드러나지 않게 한다네(君子衣錦而尙?)” 라고 했듯이, 거대 여당으로 변하여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지닌 국회의원들, 비단옷 위에 엷은 홑옷을 껴입어 잘남과 똑똑함은 가리고, 제발 겸손하고 겸허한 오리정승같은 정치인이기를 서민들은 바란답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