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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공정위, 재벌에 '금산분리' 빗장 푼다...일반 지주사에 CVC 주식 보유 추진
기재부·공정위, 재벌에 '금산분리' 빗장 푼다...일반 지주사에 CVC 주식 보유 추진
  • 백종국 기자
  • 승인 2020.06.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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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VC 허용해 벤처 투자 시장 활성화 시도...경제개혁연대, 재벌 '편법 승계' 비판도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일반 지주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일반 지주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지난 50년가량 성역처럼 지켜졌던 '금산분리' 원칙에 균열이 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최근 일반 지주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주식 보유를 허용하겠다면 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해 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금산분리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일반 지주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일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재부와 여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지난 1분기 신규 벤처 투자액이 13년 만에 처음 감소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분기 신규 벤처 투자액은 7463억원으로 전년 동기(7789억원) 대비 4.2%, 벤처 투자액의 선행 지표인 신규 벤처 펀드 결성액은 21.3%나 각각 감소했다.

정부는 CVC를 통해 벤처 투자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최근 조치로 명확히 드러났다. 대기업이 출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가리키는 CVC는 스타트업을 자본 투자 대상으로만 보는 일반 VC와 달리 자본과 대기업의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스타트업을 더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해 기존 사업의 가치를 높이거나,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다각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달리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CVC 활용이 저조하다.  2019년 기준 총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 집단 59곳 중 CVC를 보유한 곳은 삼성(삼성벤처투자)·한화(한화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미래에셋벤처투자) 등 14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주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도입한 SK·LG 등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불허하는 현행 공정거래법 때문에 CVC 직접 보유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SK·LG는 이런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 SK텔레콤벤처스(SKT Ventures)·LG테크놀로지벤처스(LG Technology Ventures) 등의 CVC를 운용하고 있어 기재부와 여당은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규제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그동안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 허용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공정거래위도 추진해왔던 벤처 지주사 제도 활성화가 실패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설까지 불거지자 강경했던 공정위가 지금은 입장을 선회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와 여당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벤처 생태계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이 CVC를 통해 스타트업 M&A에 나서면 기존 VC는 벤처 기업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이 돈이 시장에 다시 투입되면 창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면 재벌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가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일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 완화 등을 넘어 CVC 보유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마저 허물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구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벤처투자 활성화도 좋지만, 공정경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재부가 이번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발표에서  '비상장 벤처 기업의 차등 의결권(지배 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 주식 발행 허용'을 함께 포함시킨 것이 재벌의 편법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재개혁연대는  "차등의결권 제도는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라는 우려 때문에 벤처기업이 상장을 꺼린다는 잘못된 전제에 근거한 것"이라며 "해당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성장성이 더 크다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해 자본시장의 발전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 모태 펀드, KDB산업은행 VC 펀드 등 벤처 투자 시장에는 돈이 이미 넘쳐난다"면서 "현대자동차의 현대글로비스 사례 등 재벌이 법 제도의 허점을 편법 승계에 악용한 사례가 많은데,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 허용을 굳이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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