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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어떻게 투표용지를 분실하나
선관위가 어떻게 투표용지를 분실하나
  • 김교창
  • 승인 2020.06.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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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모름지기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여 아름답고 향기롭게 꽃피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 4.15. 총선은 어딘지 모르게 얼룩진 모습을 보이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자그마치 139건의 선거 소송이 제기되었다. 지난 총선에서의 11건에 비하여 10배도 훨씬 넘는다.

모든 공직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한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가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도합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총선은 국회 몫 2인이 빠져 7인의 위원이 관리하였다. 지금까지의 관례대로라면 결원 2인 중 1인은 야당이, 나머지 1인은 여야가 합의하여 추천하는 몫이었다.

이들이 빠지는 바람에 중앙선관위 구성 자체가 여당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중앙선관위는 야당이 내걸려던 ‘민생 파탄’이란 구호는 현 정관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란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렇다면 여당이 내건 ‘70년 적폐 청산’ 역시 무엇인가 연상시키므로 불허했어야 하나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다. 선관위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헌법상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다음인 제5 순위의 헌법기관이다. 현행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제5 순위 헌법기관을 위원들이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위원 중 1인인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호선되는 것이 오랜 관례다. 하지만 위원장이 대법관직을 겸하고 있어 선거 관리에 전념할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지명한 상임위원이 실제로 선거 관리를 총괄한다. 민주국가의 기본인 선거사무를 위원장이 아닌 상임위원에게 일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거사무에 전념할 위원장을 선출하여 그에게 총괄하도록 선관위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번 총선을 총괄한 상임위원은 지난해 1월 야당의 거부로 청문회조차 거치지 못한 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임명한 사람이다. 여당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문제된 것이다. 이런 상임위원이 진두지휘한 선거가 공정이 흔들렸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전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인쇄된다. 일련번호는 바코드(막대 기호)로 표시하고,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관위명만 일련번호와 함께 담을 수 있다(선거법 제151조 제6항). 그러나 이번 총선 사전투표용지에는 바코드 대신 QR코드(사각형 기호)가 사용되었다. 2017년 대선에서도 선관위가 QR코드를 사용하였다가 위법이란 지적과 함께 선거 소송이 제기되어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QR코드 사용을 또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QR코드는 바코드보다 더 많은 정보와 기능을 담을 수 있다. QR코드 사용 자체가 위법이지만, 여기에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면 더욱 중차대한 범죄다.

선관위는 투개표사무를 전산장비에 의할 수 있다. 하지만 장비를 외부와 연결시켜선 안 된다. 외부와 연결시키면 해킹을 당할 위험이 있고, 나쁜 마음을 먹은 몇 사람에게 조작할 틈새를 제공한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 외부와 연결시킬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하였다.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사용하였다고 선관위는 해명하지만, 이미 연결된 채 사용하였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미리 차단돼 있는 간단한 제품을 쓰면 비용이 덜 드는데도 굳이 고성능 사양을 사서 일부러 차단한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옛말에 참외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도 말라고 했건만 선관위는 오불관언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선관위가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지 자못 걱정된다.

유권자에게 교부할 투표용지, 유권자가 기표하여 투표함에 넣은 투표지는 선관위가 철저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투표 개시 전후를 불문하고 투표용지나 투표지를 1장이라도 분실하여선 안 된다. 투표용지 분실은 군부대가 총탄을 분실한 것 못지않게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엄중한 사건이다. 이번에 어느 시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분실 사고가 발생하였다.

선관위는 분실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선거 부정을 파헤치고 있는 민경욱 후보가 입수하여 유권자들에게 흔들어 보이자 그제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허둥댔다.

우리나라에 민주 선거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언 70년이 넘는다. 그동안 각종 부정선거로 얼룩진 일이 있었으나 이번 선거 부정 의혹은 그 정도가 전례를 뛰어넘는다. 의혹의 형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다양하다. 완전한 수준이라고 믿고 있던 우리의 선거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실망이 매우 크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온 국민이 선거 관리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이참에 선관위뿐만 아니라 선거제도도 손봐야 한다. 사전선거제는 없애든지 최소화하고 말 많은 전자식 개표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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