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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박원순 죽음과 장례서 드러난 한심한 현상들
백선엽·박원순 죽음과 장례서 드러난 한심한 현상들
  • 류동길
  • 승인 2020.07.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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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최근 치러진 백선엽 장군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떤 삶이든 공과 과는 있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는 게 이성적이다. 평가를 역사에 맡겨야 할 것도 있다. 그때그때 정권의 이해득실을 따져 성급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

백 장군은 6·25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그런 영웅에게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쏴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이 있었다. 낙동강 전선을 지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공만으로도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 망언을 그대로 둔다면 남침을 한 북한 공산군을 막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 싸운 국군 장병들과 지금 현충원에 잠들고 있는 장병들을 반(反)민족 행위자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조문은 없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애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백 장군을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고 한 주한미군 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광복회는 대전 현충원 정문 앞에서 운구차량을 막고 백 장군 안장 반대 소동을 벌였다.

그런 망언과 망동이 있었지만 백 장군은 많은 국민의 진심 어린 애도와 조문을 받고 대전 현충원에 묻혔다. 그러나 보훈처는 그 다음 날 백 장군에게 ‘친일 반민족 행위자’ 낙인을 찍었다. 전쟁영웅의 뒤통수를 그렇게 친 것이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현 정권은 자신들이 만든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터라 앞으로 파묘(破墓)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박 시장은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렀다. 가족장을 원했던 유가족의 뜻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그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사건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서는 피해 여성을 가리켜 ‘피해 호소인’이라는 희한한 용어를 사용했다. 피해자가 아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가해자가 없게 될 것이라는 얄팍한 술수를 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피해자로 호칭하는 촌극도 있었다. 친여 매체들은 피해자의 순수성을 문제삼고 2차 가해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건과 거의 같은 것인데도 대처와 평가는 사뭇 달랐다. 진영 논리가 지배하면 옳고 그름을 재는 잣대는 그때그때 다를 수 밖에 없다.

사건의 진실을 서울시가 주도해서 조사한다고 한다. 서울시 당국자가 그동안 피해자의 피해 사실 호소를 묵살하거나 피해자를 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 서울시가 조사를 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믿을 것인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내년 4월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낼 것인가도 관심사다. 민주당 당헌에는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성추행은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고도 한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민주당의 몫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의 몫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옳고 그른가를 내 편인가 아닌가로 결정하는 상황이 돼 있다. 어느 사회에도 갈등은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당면 과제를 풀어가는 것이 국가 경영이다. 국가는 제대로 경영되고 있는가. 소위 공영 방송과 일부 언론 매체는 사안에 따라 왜곡·과장·축소 보도를 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갈등을 방치하거나 부추긴다.

백 장군과 박 시장의 경우에도 그랬다. 내 편만 감싸면서 그때그때 말이 달라져선 안 된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려 하지 않고 도덕성을 상실한 권력과 사회는 무너지는 법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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