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 “보험사가 자산을 한 회사에 ‘몰빵’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은성수 금융위원장, 2020년 7월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은 위원장은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생명법 논의 과정에서 찬성할 것이냐를 묻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전체 방향성에 대해선 (찬성한다)”이라고 답변했다.
은 위원장은 정무위에서 “삼성생명에 문제를 지적했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여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양사가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이 23조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생명은 전거래일 대비 6.60% 상승한 6만3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화재도 전날보다 4.46% 오른 18만7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은 이달 들어 주가가 32.49% 급등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하루 동안 21.04%나 상승하며 7만1천900원까지 올랐다. 삼성화재도 지난달 말 대비 주가가 9.32%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18만9천원까지 찍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급등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배당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소유한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취득 당시의 원가에서 현재 기준의 시가로 바꿔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특정 기업의 투자 손실이 보험 가입자에게 전이될 위험을 막기 위한 취지다.
현재 보험사는 보유한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해 총자산의 3%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향을 받는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뿐이다. 이 중 삼성생명에 가장 큰 영향이 미치기에 개정안은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이 시가로 바뀔 경우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 넘게 처분해야 하고, 삼성화재도 약 3조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상태다.
이전 국회에서도 개정안과 유사한 법안들이 발의된 후 폐기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거대 여당의 힘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수십조원 어치를 팔아야 한다. 이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흔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수십년 간 보유했던 주식을 시가가 상승했다고 강제로 팔아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은 사실상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라며 "기존에 아무런 문제 없이 유지되고 있던 것을 갑자기 바꾼다면 향후에도 이와 같은 법안 발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신중한 모습이다. 유호석 삼성생명 부사장(CFO)은 최근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대한 질문에 “어떠한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떤 경우에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칙 아래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최근 주가 상승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무관하게 주가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