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집에 불났나?...‘부동산 감독원’ 만들어 투기 잡겠다니
호떡집에 불났나?...‘부동산 감독원’ 만들어 투기 잡겠다니
  • 권의종
  • 승인 2020.08.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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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서울권역의 공급 부족...주택공급 늘리면 시장 질서 회복되고, 감독기구 필요 없어질 것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농산물 감독기구, 원자재나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공산물 감독기구 둘 것인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인은 급하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사탕을 느긋하게 빨아먹지 않고 단번에 깨물어 먹는 독특한 민족 아니랄까봐, 사업도 속전속결이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 사업성을 확인한 후 점차 성장시키려하기 보다는 단번에 공장을 크게 짓고 곧바로 조직 확대를 서두른다. 신도시 조성 때도 집부터 짓고 본다. 교통편, 교육기관, 편의시설 등 인프라 조성은 나중 일이다. 준공 후에도 입주민은 허허벌판에서 한동안 불편을 겪으며 지내야 한다.

앞뒤 안 재는 습성은 공공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정책 결정이 전광석화와 같다. 빠름이 능력으로 인정되고 날쌤이 소신으로 평가된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윗선의 지시사항 이행에는 능하다. 잽싸게 해치운다. 설익은 정책이 남발되는 이유다. 부동산 감독기구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설치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정부와 정치권이 돌연 부산한 움직임이다.

집값 호가 조작이나 담합, 허위매물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을 법제화하려는 모양새다. 또 이런 규율을 감시·감독하고 집행할 별도의 기구를 새로 만들 요량이다. 정부가 어려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단속할 기관이 마땅치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도 국토교통부 산하에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활동 중이나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새로 출범할 부동산 감독기구를 두고 말들이 많다. 논쟁이 백가쟁명 수준이다. 호떡집에 불난 듯 서두르는 걸 보면 밑그림조차 없어 보인다. 권한, 범위, 기존 조직과의 역할 분담에 대한 설왕설래가 끝없다. 정작 기구 설치에 관한 타당성 검토는 없다. 대통령의 ‘설립 검토’ 지시를 ‘설립’ 지시로 넘겨짚고 알아서 기는 분위기다. 기구 신설을 기정사실로 보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형국이다.

이미 부동산 관련 부처-기관들 존재하는데 여기에 감독기구까지 만들면 개인의 재산권 침해 우려

감독기구의 소관부처를 놓고 벌이는 기 싸움이 볼만하다.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에 둘 것인지, 총리실 산하나 금융감독원처럼 독립기구로 설치할지, 아니면 범정부 상설기관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 대응반의 확대 형식이 될지,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조직 인원도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2000여명까지 다양하게 거론된다. 다들 이해득실 저울질에 바쁘다.

부동산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시장의 자정 기능에만 맡기기 힘든 지경에 와 있다. 정부가 23번씩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백약이 무효다. 집값 폭등, 전세 급등, 청약 광풍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호가 조작, 허위 매물, 집값 담합 등 불공정 행위까지 기승을 부린다. 준동하는 시장교란 세력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다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기구 신설 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직 추가의 근거가 미약하다. 부동산 거래를 관리하는 부처와 기관들이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감독 기구까지 가세하게 되면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 지금으로서는 국토교통부, 검찰, 국세청, 금감원 등을 활용하는 게 방책일 수 있다. 이들 기관 간 업무 협조만 잘 돼도 시장 교란쯤은 능히 잠재울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그때그때 보강하면 된다. 

단기적 현상만 보고 기구를 만들 순 없다. 규제로 시장을 이기려는 발상만큼 무모한 게 없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투기는 자연 수그러들 게 마련이다. 우선 급하다고 상시적 감독기구를 덜렁 만들어 놓고 추후 시장이 안정되면 어쩔 것인가. 공공조직은 만들기는 쉬우나 없애기는 어렵다. 구태여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까지 인용치 않더라도 공무원 수는 일의 양과 관계없이 늘어나는 묘한 속성이 있다. 관료주의 확산만큼 끈질긴 게 없다.

기구 신설의 근거와 실효성 미약...빠듯한 정부 재정형편에 과연 필요한 일인지 심사숙고 거듭해야

감독기구의 실효성 확보가 쉽지 않다. 올해 2월 출범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 대응반도 아직 실적이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들이 촘촘히 가동되고 있는 마당에 감독기구까지 작동할 경우 거래 급감과 시장 위축을 키울 수 있다. 규제는 하면 할수록 편법이 판을 친다. 가격 상승과 시장 교란으로 이어져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역기능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편익·비용 분석을 잘해야 한다. 공공기관 신설은 상당한 인적자원과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 지속으로 돈 쓸 곳은 많으나 세수가 줄고 있다.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빠듯한 재정 형편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이 꼭 필요한 일인지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동산 시장 만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 나라라고 부동산 투기가 없었겠는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농산물 감독기구를 만들고, 원자재나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공산물 감독기구를 둘 것인가. 또 임금 체불이 늘어나면 급여 지급을 감독할 기관을 세우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한민국이 ‘규제 천국’, ‘감독 공화국’이 돼서야 쓰겠는가. 국민들도 부동산 거래를 빌미로 사적(私的) 경제활동을 감독받고 감시당하는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부동산 문제의 발단은 공급 부족에 있다. 그간 수요 억제에 집중한 나머지 서울권역의 주택 공급이 충분치 못했던 게 패인이었다. 정부가 이로 인한 시장 혼란을 다잡기 위해 부동산3법과 임대차3법을 개정하고, 급기야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까지 거론케 된 것 아닌가. 문제를 뒤집으면 답이 되곤 한다. 앞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면 시장질서가 회복되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 감독기구는 필요 없어질 것이다. 정확한 진찰과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병을 고친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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