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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임대인 모두 울리는 ‘주택임대차 3법’
임차인, 임대인 모두 울리는 ‘주택임대차 3법’
  • 김교창
  • 승인 2020.09.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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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의석 176석의 거대 여당이 힘자랑하며 이른바 “주택임대차 3법”을 지난 7월 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해치웠다. 여당 단독 국회가 상임위 심사와 여론 수렴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통과시키자 정부는 이튿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법사위 상정에서 시행까지 48시간도 안 걸렸다. 임대차 3법이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한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리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임차인은 2년의 임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임대인은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 임차기간이 동일 조건으로 2년 연장되어 4년간의 거주를 임차인에게 보장한 것이 계약갱신청구권제의 핵심이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눈에 띄는 한 가지는 본인이나 본인의 직계존비속(부모, 자녀)이 입주하는 경우다. 그런 사유로 거절당한 임차인은 임차기간 만료와 함께 집을 비워 줘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임차인 가운데 자기가 살던 집에 임대인이나 그의 직계존비속이 실제로 들어와 사는지를 조사할 임차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고, 어느 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조사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불분명하다.

약 30년 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1년이던 임차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면서 전월세(전세금, 월세보증금, 월세)가 20%가량 폭등하였다. 이번에도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자 전월세가 비슷한 정도로 올랐다. 임차기간이 연장되었지만 도리어 임차인의 부담이 엄청 커졌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제도 시행을 전후하여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전세 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이제 임차기간이 만료되면 반전세나 월세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제의 도입은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훨씬 큰 것 같다.

현재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최장 2년 6개월 동안 더 살 수 있다. 따라서 임대계약이 만료되면 주택을 달리 이용하려던 임대인은 그 계획을 접어야 한다. 임대기간이 곧 끝나는 주택을 팔려고 내놓았다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로 매매를 성사시키지 못한 사례들이 주변에서 이미 속출하고 있다.

전세를 안고 모처럼 내 집을 마련한 사람이 안타깝게도 2년을 더 기다려야 내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사례도 수두룩하다. 현재 계약 중인 임차인에게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소급입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헌법은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제13조 제2항), 앞으로 누군가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는지 궁금하다.

임대인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월세를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그 인상폭을 5% 이내로 못 박은 것이 전월세상한제다. 그러나 개정 법률에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기간이 연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임대인이 인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요구하더라도 임차인이 응할 의무가 없다. 결국 당사자들끼리 합의해야 전월세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상한제는 명백한 입법 실수로 봐야 한다.

전월세신고제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내에 시군구에 계약 내용을 성실하게 공동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부동산 매매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입주자 지위 취득 등에 한하여 부과되던 신고 의무가 주택임대차계약에도 확대된 것이다.

부동산 거래의 신고 여부와 내용은 정부가 검증하고 조사하며,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형사 처벌과 과태료 부과가 뒤따른다. 임대차계약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위반하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적 자치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소속 윤희숙 의원이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제목의 5분 발언을 하였다. “임대인에게 집을 빌려주기 두렵게 하여 시장을 붕괴시킴으로써 자기 집 없는 천만 임차인이 집을 빌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전세를 살던 임차인이 반전세나 월세 집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전세금과 월세를 올려 내야 하게 되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임대차보호법의 맹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그의 발언은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고, 여당의 뼈를 때렸다.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마저도 울리는 악법임이 여지없이 드러난 임대차 3법은 하루 빨리 보완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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