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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핵심 정은경 청장, 몸 던져서라도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K방역 핵심 정은경 청장, 몸 던져서라도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 권의종
  • 승인 2020.10.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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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에 ‘사명감’까지 보태지면 금상첨화...속엣말 못하는 공무원보다 바른말 잘하는 전문가 되기를 기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은경이 한 게 현황 브리핑 밖에 더 있나?” 도발적 표제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정은경이 누구인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하는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전문성 발휘의 영웅’으로 국내외 찬사를 한 몸에 받는 명사다. 대통령이 청주까지 내려가 임명장을 준 초대 질병관리청장이다. 차관급이나 지명도는 장관 이상이다. 이런 사람에게 ‘한 게 뭐라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는 놀랍게도 정 청장과 같은 의료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프게 꼬집었다. “중국발 입국을 막았어? 마스크 중국 수출을 막았어? 여행 상품권을 막았어? 임시 공휴일을 막았어? 염색 안 한 거와 브리핑한 것, 이것 가지고 ‘K방역 영웅’ 민망하지.” 작심한 듯 회초리를 들었다.

그저 그런 악성 댓글이겠거니 여겼으나, 웬걸. 공감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최소한 비난을 위한 비난의 의도는 없어 보인다. 정 청장을 생각해서 하는 말일 수 있다. 코로나 방역 최전방에 위치한 의사끼리의 동병상련으로 읽힌다.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린다고,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 청장 개인은 물론 국가나 국민에게 유익이 될 수 있다.

그런 눈으로 봐서인지 코로나19에 대한 그간의 대응을 보면 느껴지는 아쉬움이 크다. 확진자 수도 그중 하나다. 지난 9월 21일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55명으로 급감했다. 반가움도 잠시. 그날 실시된 진단검사가 4,888건으로 2주간 하루 평균 12,878건의 3분의 1에 그쳤다. 검사 건수가 많았더라면 그에 비례해 확진자 수도 그만큼 더 늘어났을 것이다.

검사자 수 빼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만 발표...“이런 수치를 근거로 방역 대응 수준 정했다니”

이런 수치를 근거로 2단계니 2.5단계니 하며 방역 대응 수준을 정했던 게 우스꽝스럽다.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일희일비하는 현실이 허탈하다. 검사 건수는 쏙 빼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만 밝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외국에선 드문 일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매일, 독일은 주 단위로 검사 건수를 밝힌다. 게다가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같은 날 기준 한국의 검사 비율은 인구 100만 명당 449명으로 세계 164위다. 꼴찌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해외 유입을 막지 않은 것도 지금 와서 보면 후회로 남는다. 정 청장 아니 당시 정 본부장이 처음에는 중국인 입국을 반대했다. 그러다 며칠 뒤 말을 바꿨다. 사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유입된 게 맞다”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마스크 수출, 여행상품권, 임시 공휴일 이슈 때도 그랬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이 아니리라 믿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장은 여타 장관들과 달라야 한다. 전문가인 만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안 되면 몸을 던져서라도 막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청장 혼자의 힘만으로는 당해내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가령 중국발 출입금지를 설득하려 했을 때, 누군가가 “우리나라는 수출입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데, 입국을 막아서 생길 손실을 어떻게 감당하려는가?”라고 반론을 폈다면 어찌 대꾸나 할 수 있었겠는가.

과거의 사례나 경험, 학문적 이론 등을 들어 대응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그건 옛날 일이고, 이론일 뿐이야!” 날카롭게 쏘아붙이면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 경시의 풍조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요즘 들어 정부 정책들에서 부쩍 자주 눈에 띈다. 전문성은 사명감이 보태져야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장은 달라야...전문가인 만큼 논리로 무장하고 사명감으로 전 방위적 설득 나서야

SNS에 글을 올린 앞의 의사도 사명감의 당위성을 언론에 피력한 바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파우치 소장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소리를 하면 반대 의견을 명확히 낸다.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강하게 그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정 청장은) 그런 적이 없다. 방역 수장이 지시만 잘 받는 공무원보다는 바른말 하는 전문직 의사이길 기대한다.”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다.

사명감 발휘에는 설득력을 필요로 한다. 국민 사활이 걸린 방역정책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오히려 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끝없는 설득을 이어가야 한다. 옆으로는 다른 부처들을, 위로는 국무총리나 청와대에 이해를 구해야 한다. 밖으로는 국민과 국회, 그리고 말 많은 언론까지 납득시켜야 한다. 부처 내에서도 소속 공무원과 비전을 공유하고 내용을 공감해야 한다. 저항을 최소화하고 도움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새로운 정책일수록 강도 높고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다. 과거에 했던 일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기에 더 힘들고 어렵다. 공무원들이 책임 회피용으로 즐겨 찾는 전례가 없다 보니 내놓을 근거라는 게 예측 자료나 이론이 고작이다. 비용 소요가 크고 관심이 큰 정책일수록 확실한 데이터 없이는 추진을 꺼려한다. 결국 사명감으로 전 방위적 설득에 나서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커트 모텐슨은 성공의 결정 요인으로 설득력 지수(PQ: Persuasion Quotient)를 꼽는다. 논리 정연한 글이나 강한 투의 말보다 감성적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설득을 마음이 통하게 하는 과정으로 풀어 말한다. 지성적 전문성에 감성적 사명감까지 겸비한 ‘방역 대통령’, 정 청장에 기대하는 바다. 그러려면 주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설득에 잘 응해줘야 한다. K방역의 성패가 달린 중대사 아닌가.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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