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3:10 (금)
‘계량적 창의성’...수학을 잘해야 경기도, 경영도 잘 한다
‘계량적 창의성’...수학을 잘해야 경기도, 경영도 잘 한다
  • 권의종
  • 승인 2020.10.17 17:05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 테니스 시비옹테크, 남자 골프 디샘보, 넷플릭스 헤이스팅스의 성공 동인...‘수학적 접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스타 탄생은 즐겁다.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여자 테니스에 새 영웅이 탄생했다. 이가 시비옹테크. 폴란드가 배출한 최초의 테니스 메이저 챔피언이다. 2020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미국의 소피아 케닌을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눌렀다. 1시간 24분 만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네 살부터 라파엘 나달의 프랑스오픈 우승을 지켜보며 꿈을 키워온 19세 소녀가 세계 정상에 섰다. 3개월 전 바르샤바의 고교를 졸업한 그녀는 수학에 능하다.

벡터함수 미적분 등 고급 수학을 즐긴다. 프랑스오픈 대회장도 수학 문제로 삼았다. 세로 23.77m, 가로 8.23m에 1.07m 높이 네트로 구성된 코트를 평면 기하학으로 치환했다. 58g 테니스공엔 탑 스핀을 섞어 상대보다 몇 수 더 내다본 각도로 스트로크를 감행했다. 탑 스핀 포핸드 평균 RPM, 분당 회전 수 3200. 비바람 치는 파리의 가을 날씨는 벡터 운동방정식의 응용 문제였다. 그렇게 풀어낸 답으로 그녀는 메이저대회 참가 7번 만에 우승을 거뒀다.

영웅은 골프에서도 나왔다. 2020-2021시즌 PGA 투어 제120회 US오픈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정상을 차지한 브라이슨 디샘보가 주인공이다. ‘필드의 물리학자’, ‘헐크’ 별명의 그는 골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인물 중의 하나다. 그 역시 어릴 적부터 수학과 기하학을 좋아했다. 특이한 퍼터와 자세, 길이가 모두 같은 아이언, 테니스라켓처럼 두꺼운 그립, 원 플레인 스윙 등은 수리적 사고의 산물이다.

특유의 호기심과 끈질긴 노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낸 최고의 장타 능력, 새로운 샤프트 고안, 어떤 날씨에도 똑같이 반응하는 볼, 최고의 아이언 헤드 디자인 등 과학적 실험에 거침이 없었다. 실험을 성공적으로 증명해 냈고, 보란 듯 미국 프로골프 투어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이자 메이저 첫 승을 거머쥐었다.

시비옹테크, 기하학으로 코트 분석...디샘보, 골프암호 과학으로 풀고...넷플릭스, 수치 경영

경제에서는 슈퍼스타 출현이 흔하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평가받는 넷플릭스도 그 중 하나다. 시가 총액이 2,379억 달러, 디즈니를 능가한다. 190개국에 1억9,300만 명의 유료 고객이 있다. 초고속 성장의 비결은 창업자겸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최근 저서의 제목,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 잘 표현한다. ‘무규칙이 규칙’이라는 역설적 제호가 인상적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동인(動因)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성공을 갈망하는 인재를 데려와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면서 폭발적 시너지를 내게 한다. 둘째,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셋째, 불필요한 규정을 없애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과감히 권한을 부여한다. 자율성을 극대화한 조직 운영의 엔진을 가동시켜 성과 중심의 기업 문화를 일궈내는 것이다.

앞 사례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계량적 창의성(Quantitative creativity)’이다. 수학적 접근으로 효율을 높인다. 시비옹테크는 기하학으로 코트를 분석했다. 디샘보는 골프의 암호를 과학으로 풀었다. 느낌에 의존하는 골프를 거부하고 과학자 골프를 이상으로 삼았다. 몸집을 불려 비거리를 늘리는 과학적 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볼스피드의 관계를 수치화시켜 연습했고, 결국 2019-2020 시즌 장타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수치 중심의 철저한 성과주의가 숨어있다. 엄청난 대우를 해주고 파격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요구된다. 대접받을 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성과가 부진하면 언제든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최고가 아니면 남아나기 힘든 가혹한 구조다. 수치에 피가 마를 정도다.

혁신, 민첩성, 명민함이 경쟁력 원천...혁신의 본질은 시행착오, ‘실수’가 아닌 ‘실패’가 패인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도전에는 소극적이다. 잘 된다는 보장이 없고 잘못될까 두려워 엄두를 못 낸다. 생각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안다.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다보면 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목표와 전략을 차별화하고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한다. 무작정 따라만 가려 하다 보니 앞서 가지 못한다. 모방이 모험을 이길 수 없는데도 말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기업 문화를 성공 경영의 중요 가치로 꼽는다. 혁신(innovation), 민첩성(speed), 명민함(agility)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열거한다. 혁신의 본질은 시행착오에 있고, ‘실수’는 위험 요소가 아님을 강조한다.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환경 변화에 빠르고 영리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실패’가 주된 패인이라는 설명이다.

성공은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스타플레이어나 우수 기업치고 혼자의 힘으로 탄생된 경우는 드물다. 살벌한 경쟁 환경에서 스스로의 노력 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시비옹테크는 코치 등 주변의 도움이 상당했고, 디샘보도 캐디와 장비 업체의 지원이 지대했다. 글로벌 최고의 가치기업의 반열에 오른 넷플릭스 또한 인재 기반의 지식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규칙 없음’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의미심장한 구절을 만난다. “넷플릭스 문화를 생텍쥐페리처럼 표현한다면,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헤이스팅스의 멀리 보는 창의적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잊거나 소홀히 하면 안 될 금과옥조의 충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