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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흔들리는데 지도력이 안 보인다
나라가 흔들리는데 지도력이 안 보인다
  • 류동길
  • 승인 2020.10.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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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국민은 불안하다. 생활에 위협을 받으며 희망을 잃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극복된다고 해도 경제가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져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은 전세난민을 양산하고 전세대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기업은 쓰러질 지경인데 공정을 앞세운 기업규제 3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명분이야 어떻든 뛰어야 할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노동의 유연성이 절실한데 노동법은 손댈 생각조차 않는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던 말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제는 종전선언을 외친다. 종전선언으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건 꼬리로 몸통을 흔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착각이다.

국민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을 지켜보며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의 참뜻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한다. 진실을 밝히는 건 간단한 산수풀이보다 쉬운 일일 텐데 무슨 진실 공방인가. 진실을 말한 당직사병은 거짓말한 범죄자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군 관계자의 전화번호를 전달한 건 기억이 안 난 것이지 거짓말한 건 아니며 지시한 건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밥상 차려놓았다’고 했지 ‘밥 먹으라’고 한 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1972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미국 닉슨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당시 미국 여론은 도청 사실 자체보다도 그걸 감추려고 거짓말한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짓말과 억지 주장을 하고 그걸 두둔하는 사회, 진영논리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지는 병든 사회가 돼 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남한 전역을 타격할 신무기 등 신형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미국과 한국을 압박했다. 정부와 여권 지도부는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김정은의 영혼 없는 한 줄 수사(修辭)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에는 눈감았다.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만 보고 있다.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총살한 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미안하다”는 통지문을 김정은이 보내자 여권은 “이런 사과는 일찍이 없었다”고 평가한다. 한술 더 떠 김정은을 ‘계몽군주’ 같다고 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건 당연하다. 세계 어느 역사에 적의 선의를 기대하고 평화를 지킨 군과 국민이 있던가. 1940년 5월 전시 내각의 수상을 맡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서둘러 조각을 마치고 나치 독일 군대에 맞서기 위해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다만 피와 노력과 눈물과 땀뿐”이라며 “어떠한 공포도 두려워하지 않는 승리를 위해 단결된 힘으로 우리 다 함께 전진하자”는 역사적인 연설을 하고 국민을 단결시켰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고 있는 터에 이수혁 주미 대사는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미 동맹의 신뢰를 깎아먹는 발언을 했다. 대미 외교의 중요성을 망각하지 않고서야 그런 망발을 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BTS)이 ‘밴 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으로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막무가내로 시비를 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자는 “중국의 자부심을 건들면 안 된다”고 한다. 수상 소감에 중국은 언급되지도 않았는데도 그런 반응이다.

나라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기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권력형 비리 냄새가 풀풀 난다. 위기가 일상화되면 위기라는 사실 자체를 잊기 쉽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게 바로 이런 점이다. 지금은 평화를 노래하고 종전선언에 집착할 게 아니라 경제와 외교, 안보를 제대로 챙기는 지도력을 보일 때다. 국민을 단결시키려면 법 바로 세우고 진영논리를 버려야 한다. 이게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떠맡아야 할 역사적 책무이고, 그걸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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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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