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적(五敵)’ 논쟁 50년...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는 ‘건설 5적’인가
‘5적(五敵)’ 논쟁 50년...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는 ‘건설 5적’인가
  • 정종석
  • 승인 2020.11.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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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총체적 난국'과 정부의 무능...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교훈 찾지 못하면 희망 없어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출간 13년 지났어도 여전한 '노답 부동산'…'오적'에 대한 반감도 여전해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간뗑이 부어 남산만 하고 목 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천하흉포 5적(五賊)'이 그들이다. 이들은 원숭이(猿), 성성이(猩), 미친개(狾) 등 모두 흉측한 동물들이다. '5적'에 속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또다시 '5적'이 거론되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난 1970년 5월 시인 김지하가 '사상계(思想界)'에 발표한 장편 풍자시 ‘5적’에 나오는 내용이다.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을 다섯 종류의 도적으로 간주하고 풍자·비판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운율이나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권력층을 신랄하게 그것도 정공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과거 탐관오리를 비꼬던 판소리 수준의 카타르시스를 던졌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른바 부동산 대란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간에 주거양극화 등 부작용만 양산한다. 최근에는 가을 이사철이 끝났어도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전세 대책에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전세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고,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 매물 찾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이 없다. 갈 집을 못찾은 시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오죽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조차 새로운 전세집을 찾지 못하다가 이사비를 보태주고서야 현재의 집에 머물러 사는데 성공했을까.

2007년 부동산문제백서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패 원인 폭넓게 분석

부동산 가격 안정은 한국에서 교육 문제 못지 않게 국민의 실생활과 감정선을 자극하는 주제다. 역대 정부는 누구나 이 문제 해결을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투기 광풍을 야기해 서민들의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기 일쑤였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친형제로 국민의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닌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시민 운동가인 김현동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 본부의 본부장의 대담집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집값 잡기는 고사하고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어버린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패 원인을 폭넓게 분석하고 향후의 정책방향을 제시한 '부동산문제백서'였다.

대담은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라는 '개발 5적(敵)' 의 탐욕적 행태를 살피고 세금 폭탄론, 공급 부족론 등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주장했던 논리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비판의 화살은 개발 건설 업체들과 암묵적인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관료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은 자신의 관료적 유능함을 과시하기 위해 건설 경기 부양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부동산 정책을 효율적인 경기 지표의 유지하는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이들은 '아파트를 많이 짓자는 데만 관심이 있지 그것이 누구의 손으로 들어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현 문재인 정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사례가 낳은 학습효과를 그다지 귀담아 듣거나 배우지 않은 듯

이 책의 제목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1992년 선거 캠페인이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에서 차용한 것이다. 여기서 바보란 '개발 5적' 을 풍자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를 곧잘 비교한다. 집권 4년차인 현 정부를 평가할 때 유사한 점은 부동산 정책이다. 과거 부동산가격 폭등이 참여정부 몰락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경영학에서 학습효과(學習效果)는 특정한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그 일에 익숙해지는 효과를 말한다. 그런데도 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낳은 학습효과를 그다지 귀담아 듣거나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 같다. 상상을 초월하는 희한한 부동산 정책으로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유달리 5적 논란이 많다. 구한말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을사 5적'이 지금도 국사 교과서에 기록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오적(五賊)’ 필화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을 받기도 한 사람이 김지하 시인이다. 김 시인이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를 보다 못 해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단숨에 써내려 간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기'가 바로 '5적'이다.

김 시인이 담시(譚詩/이야기체 시) '5적'을 쓴 이후, 어느덧 50년이 흐르면서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국민의 정치의식도 많이 높아졌다. 여러 차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과거의 '곰보표'나 '빈대표' 같은 부정선거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김 시인이 꼬집은 그릇된 정치행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위정자들의 말 바꾸기와 헛공약,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말의 성찬'은 여전하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주거개혁운동본부장, "정부관료·재벌·언론 모두가 한통속 돼, 재벌 불로소득 장려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라는 책을 발간한 김헌동 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주거개혁운동본부장이 판교신도시 개발파문을 계기로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김지하 시인이 고발한 나라를 망치는 '오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에 빗대 '건설(개발)오적'을 질타했다.

김 본부장이 지목한 '개발오적'은 구체적으로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 등 다섯 부류. 이들은 IMF 사태 이후 각종 편법과 불법과 유착을 일삼아 부동산가격이 1천조원 상승했고,그중 아파트가격만 약 5백조원 상승하였으며 특히 참여정부 2년 동안 아파트가격만 약 2백조원 이상 상승시키며 연간 수십조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에는 "국가가 땅을 강제 수용해서, 재벌한테 땅을 싸게 팔고, 세금도 깎아주면서 밀어주는데 어떻게 돈을 못 벌 수가 있냐"며 "그러면서 서민 아파트는 비싸게 팔아먹는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관료·재벌·언론 모두가 한통속이 돼, 재벌 불로소득을 장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지하 시인과 김헌동 본부장이 말한 5적은 대상이 다르지만 닮은 면이 많다. 세상사람들의 '5적'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분명 세상이 변했고 엄청나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질적으로 뭐가 나아진 기미 보다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무수한 ‘5적’들 사이에 갇힌 듯이 불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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