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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인수 '사익편취' 논란
정의선 회장,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인수 '사익편취' 논란
  • 강승조 기자
  • 승인 2020.12.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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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개연, 현대차·모비스·글로비스에 질의서 보내...정의선 회장 지분 부여는 공정위법 등 '위반' 주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정의선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지분 20%를 인수한 것은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한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20%를 인수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됐는지 여부에 대해 이 같이 질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로봇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의 80%를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등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으며, 현대자동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및 정의선 회장 20%씩 지분을 인수한다고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경개연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사업의 역량 확보 및 기술투자를 위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과정에서 굳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정의선 회장 개인에게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인수하도록 한 결정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개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자신이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로 시너지가 예상되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회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현재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로봇 기술의 상업화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또한 로보틱스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물류ㆍ운송ㆍ서비스 사업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했다.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20% 인수가 발표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개연의 이번 질의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개연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20%를 정의선 회장에게 인수하도록 한 이유, 이 결정이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논의되었는지 여부 및 판단의 근거에 대해 질의했다"면서 현대차그룹 3사의 회신 내용에 따라 추가적인 대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 대주주 지배구조 개편 위해 자금 절실...보스턴 다이나믹스 주가 띄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지난해 10월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Urban Air Mobility),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로보틱스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를 공시하며 우선 로봇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톱 수준의 입지를 확보한 뒤 안내, 지원이 가능한 이동형 로봇 사업에도 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진출, 사업 범위를 전방위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리포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3년 39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로봇 기술의 상업화에 강점이 있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만남으로 주가 상승은 불보듯 환하다고 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분야이므로 2400억원대의 주식을 1억원대로 불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거라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경영승계를 마무리했으나 지배구조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 엔지니어링 11.72%, 현대오토에버 9.47%에 불과하다.

15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차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까지 수반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 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17.3%)→모비스 ▲ 기아차(17.3%)→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 ▲ 현대차(4.9%)→글로비스(0.7%)→모비스(21.4%)→현대차 ▲ 현대차(6.9%)→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당시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2년 전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층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가장 유력하게 보는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2018년 추진했던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이다. 분할 회사를 별도 상장하고 일정 기간 내에 평균 거래 가격으로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으로 시간이 다소 걸려도 합병 비율을 시장에 맡기므로 합병 비율의 공정성 등에 대한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후 존속 모비스가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 매수에 나서고 대주주가 이에 참여하거나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과 대주주가 보유한 합병 글로비스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적어도 현대글로비스 지분 9.9%를 매각해야 한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자금 확보도 관건이다. 2018년 개편안은 지분 매입 4조5000억원과 양도소득세 1조원 등 총 5조5000억원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도 그에 준하거나 그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정의선 회장에게는 1조원의 자금도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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