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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에 쏟아진 위헌 내지 反민주 악법들
경자년에 쏟아진 위헌 내지 反민주 악법들
  • 김교창
  • 승인 2021.02.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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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새해 신축년을 맞이하여 지난해 경자년의 한 단면을 돌아본다. 코로나 사태로 거의 모든 사회 활동이 움츠러들었으나, 국회의 입법 활동만은 오히려 다른 해보다 매우 왕성하였다. 21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벌써 1,080건에 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많은 법률 가운데 우리 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추켜세울 만한 법률보다는 위헌 내지 반(反)민주적 악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법률이 훨씬 더 많다. 로마 역사가 타키루스의 명구가 얼핏 머리를 스친다. “나라가 부패하면 부패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법률이 늘어난다.”

돌이켜보면 국회가 악법들을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은 20대 국회가 막을 내릴 무렵인 2019년 말부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 통과에 사활을 걸었고, 군소 정당들은 이듬해 총선을 겨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갈망하였다. 민주당이 우리 헌정 사상 초유로 제1야당을 제쳐놓고 군소 정당들과 이른바 ‘4+1 야합’으로 공수처법 제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주고받기로 함께 통과시켰다. 헌법에 근거가 없는 공수처를 헌법기관인 검찰청의 상위 기관으로 올려놓아 헌법학자들로부터 옥상옥이란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보란듯이 공수처법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야가 앞 다퉈 위성 정당을 설립하는 바람에 4·15 총선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허수아비 제도로 전락하였다.

총선에서 국회 전체 의석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문 열자마자 위헌 내지 악법들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지난 국회에서 위헌 법률을 한 번 맛보더니 겁이 없어지고 정신이 혼미해진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이념(헌법 제21조 등)이지만 국회는 이를 억누르는 위헌 법률들을 눈 딱 감고 입법화하였다. 대북전단금지법이 대표 사례다. 창살 없는 교도소나 다름없는 북한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막고 있다. 풍선에 실려 살포되는 정보를 차단하려고 김여정이 우리 정부를 겁박하자, 국회가 부랴부랴 전단금지법을 만들었다. ‘김여정하명법’이란 별칭이 붙은 연유다.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입법이 부득이하다는 정권의 변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일격을 가할 듯이 엄포를 놓으면 우리가 더 강력한 응징 태세를 갖추어야 하거늘 두려워서 물러난 꼴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등이 비난하자 우리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맞받아쳤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내정 간섭 운운하며 뭉개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 납치되었다 풀려난 후 며칠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5·18특별법은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면 형법의 명예훼손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5·18에 간첩이 한몫 끼어들었다고 주장하는 논자들이 처벌 대상이다. 4·19를 비롯하여 여러 민주화 운동이 펼쳐졌는데 왜 유독 5·18만 이런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4·19 등은 왜곡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5·18은 그런 사람이 많아서일까?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제목의 시를 발표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이라고 이 법을 비꼬았고, 김재호 전남대 교수도 “5·18 정신을 훼손하는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5·18처벌법은 전단금지법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 법률이다.

‘공정 경제 3법’도 악법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재계의 강한 반발에 여당이 한발 물러섰으나,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분리선임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은 기어코 밀어붙였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길이 열리고, 의결권의 과반수로 선임하는 여느 이사와 달리 감사위원이 될 이사의 선임은 의결권 과반수 요건이 배제되었다. 법인제도의 본질이나 재산권 보장 등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관련 법률들도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지난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집값·전월세가 폭등한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임대인, 임차인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다.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가 주요 내용으로, 이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고유의 전세제도가 사라질 판이다. 전세에서 반(半)전세나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주거비용 급증에 등골이 휘게 생겼다. 시장의 붕괴로 가격의 고하는 차치하고 집을 빌리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는 비명마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경자년 입법 중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각종 조세법도 한결같이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에서 45%로 올랐고, 양도소득세도 그만큼 인상되었다. 종합부동산세는 2주택 이하 소유자에 대한 세율은 약간 올랐으나, 다주택 소유자는 약 2배로 치솟았다. 주택의 과표도 오를 터이므로 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많은 국민이 고지서를 받아보고 이를 어떻게 감당하여야 할지 고심이 깊어질 것 같다.

“선출된 권력이 다수라는 합법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 스티븐 레비스키 하버드대 교수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저서에서 경고하였다. 우리나라 민주당과 같은 입법 독재의 작태가 벌어질 것을 일찍이 예측한 것이다. 여당의 입법 폭주를 멈추게 할 길은 오로지 국민의 각성 뿐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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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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