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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발전을 위한 '신의 손'인가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발전을 위한 '신의 손'인가
  • 류동길
  • 승인 2021.03.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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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천문학적인 돈을 바다에 퍼붓는 사업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표몰이 작전이 이렇게 황당하다. 여당 출신 시장의 부하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이기려고 공항 건설 카드까지 내민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앞바다에 순시선을 띄우고 “가슴이 뛴다”고 했다. 대놓고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가덕도 쇼였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AI)시대인데 토목공사로 가슴이 뛴다니 국민의 가슴은 시퍼런 멍이 들고 먹먹해진다.

민주당 주연에 국민의힘 일부의 조연으로 특별법은 국회에서 쉽게 통과됐지만, 그에 대한 심판은 부산시민의 몫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3.6%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긍정적 응답은 33.9%에 불과했다.

선거를 앞두면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은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 유권자도 집단최면에 빠져 판단력을 잃기 쉽다.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어야 부산시가 발전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김해공항은 왜 안 된다는 것인가? 부산 민심을 얻기 위해 신공항을 짓는다면 다른 지역, 예컨대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에서 특별법으로 신공항을 건설하자고 하면 어떤 답을 할 수 있는가?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과 안전성 평가에서 김해와 밀양에 비해 점수가 한참 뒤진 꼴찌였다. 동남아 신공항 입지를 두고 오랫동안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다가 김해 신공항(확장)으로 결정한 게 2016년이다. 그때의 결정은 ‘신의 한 수’로 불릴 만큼 잘한 것이라고 평가됐다. 김해 신공항은 법적으로 아직 살아 있다.

그런데도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공항 입지를 바꾼다. 국가적 사업이 야바위란 말인가? 가덕도는 태풍이 불어오는 길목이다. 더욱이 가덕도 바다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강해 일본 간사이(關西)공항의 예에서 보듯이 부등침하(不等沈下) 우려가 있다는 건 다 아는 이야기다.

국토교통부 보고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최대 28조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크고 작은 모든 공사가 그러하듯이 실제로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한다는 건 경제성이 없다는 걸 자인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네 하천 정비도 이렇게 안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까.

선거에서 표가 급해 잘못 결정한 게 두고두고 국가적 부담이 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추진했던 여러 공항들도 그렇고 새만금도, 세종시도 그런 경우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충청 표를 겨냥, 급하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그의 말처럼 재미를 봤다.

대통령과 총리, 행정부처 등 국가의 중추 기능이 서울과 세종시에 떨어져 있는 수도 분할은 정치권이 만들어낸 망국극(亡國劇)이었다. 국정 차질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과 행정의 효율성 저하는 눈에 띄지 않을 뿐 막심하다. 바로 잡을 길도 없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짓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원을 짓고 거기서 국회를 몇 번 연다고 세종시 발전에 무슨 보탬이 될까? 세종시를 기업과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만들자는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였다면 세종시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는 도시가 돼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업과 교육・과학시설이 들어서고 관련자들이 상주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종시가 제대로 발전하는 자족도시가 된다.

세계는 전쟁터다.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공항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하다. 돈을 마구 뿌리다 보니 이제는 몇 십조 단위의 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벌써부터 증세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결국 국민은 세금 내는 일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죄 없는 국민은 어떻게 살란 말이냐.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대통령은 “아무리 퍼주어도 결코 경제가 망하지 않는다”며 돈을 마구 뿌렸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세계 5대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오늘을 보라. 허튼 데 돈 뿌리는 포퓰리즘은 국가를 망치는 지름길 포장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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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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