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풍연 칼럼] 안철수는 오세훈에게 졌다. 그러나 그 역시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있다. 야권 단일화의 물꼬를 튼 사람은 안철수다. 안철수가 아니었다면 단일화가 안 됐을지도 모른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주목도 면에서 여권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도 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안철수에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62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다. 아직 기회가 많다. 실망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와신상담하면 된다. 왜 실패했는지 반면교사 삼으면 또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여긴다. 그게 대권이 될 지, 국회의원이 될 지, 서울시장 재도전이 될 지는 모르겠다.
나는 안철수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켜봐 왔다. 그에 관한 칼럼도 여러 차례 쓴 경험이 있다. 때론 격려도 하고, 질타도 많이 했다. 작년부터 안철수의 다른 면을 보았다. 그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철수가 대구에 내려가 방호복을 입고 의료봉사를 할 때 진정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어떤 정치인도 안철수의 흉내를 내지 못 했다.
작년 12월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밝혔을 때도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후한 점수를 주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거듭 났다. 정치인에게 그것은 굉장한 자산이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진정성을 인정 받는다.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무슨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철수라면 믿을 만 하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안철수가 서울시민에게 드린 말씀을 정독했다.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치인 안철수가 많이 성숙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의석 3석 밖에 안 되는 국민의당이 103석의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최선을 다했고,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하다.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
안철수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르겠다. 국민의힘과 합치는 게 훨씬 낫다. 이번에 소수정당의 한계를 절감했을 게다. 조직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서 제3지대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세훈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안철수는 오세훈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단일화의 화룡점정은 안철수가 찍어야 한다. 안철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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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