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 땐 공공재개발 택할 이유 없어…선거 결과 보고 사업방식 정할 것”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로 공공주도의 재개발에 대한 신뢰가 깨졌어요.”
“LH가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주민 협의 과정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바뀌겠어’라는 의구심이 든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2차 공공재개발 2차 사업지 16곳을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업대상지의 조합원들은 부동산 투기로 공분을 사고 있는 LH 주도의 공공재개발 방식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공공재개발 사업의 성패가 LH등 사업 주체들에 대한 신뢰 훼손 극복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을 확정지었다.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지 명칭과 예상 공급 물량은 상계3 1785가구, 천호A1-1 830가구, 본동 1004가구, 금호23 948가구, 숭인동1169 410가구, 신월7동-2 2219가구, 홍은1 341가구, 충정로1 259가구, 연희동 721-6 1094가구, 거여새마을 1329가구, 전농9 1107가구, 중화12 853가구, 성북1 1826가구, 장위8 2387가구, 장위9 2300가구, 신길1 1510가구 등이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들은 앞서 지난 1월 선정된 1차 후보지와 달리 새로 정비사업을 시작하려는 구역들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4월부터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더 이상 정비사업을 지체할 수 없어 추진 속도가 빠른 공공재개발을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과 “오랜 기간 머물렀던 주거지에서 떠나기 싫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주민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이들에 따르면 현지인과 외지인의 비율은 50 대 50 정도다.
각각의 의견이 제각각인 만큼 공공재개발을 통한 정부의 공급 계획(9만346㎡·2,219가구)이 실현되기 위해선 주민 동의가 관건인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재개발은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민간개발보다 투명해야 할 공공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주민동의를 받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분위기가 바뀔 요인이 있다. 새로 선출되는 시장이 민간재개발에 힘을 실어 주면 공공재개발을 택할 이유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야권의 오세훈 후보는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연일 규제 완화를 외치고, 여권의 박영선 후보도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누가 새 시장이 되더라도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 것이 예고돼 있는 만큼 민간 재개발의 사업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주민들 입장에서는 민간의 사업성이 높다면 굳이 공공재개발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한 공공재개발 사업지 주민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는데, 굳이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사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를 보고 사업 방식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지 주민도 “사업성이 좋다고 하는 한남1구역 주민들이 왜 공공재개발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민간 재개발 사업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공공재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주민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