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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한글을 돌아본다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한글을 돌아본다
  • 신부용
  • 승인 2021.05.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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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신일이자 스승의 날이다. 세종을 겨레의 큰 스승으로 여겨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추모하기 위해 지정하였다 한다. 이날을 맞이하여 그간 훈민정음에 등한했던 우리의 죄를 빌고, 아울러 온 인류가 한글을 “쉽게 익혀 날로 쓰기 편하게” 되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쓴다.

인류의 역사는 말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글자를 쓰면서 더욱 발전해 나갔다. 여기에 컴퓨터가 접목되어 발전을 거듭한 결과 오늘날의 초(超)문명사회를 열게 된 것이다. 말은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뱉고 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가시화시켜 저장해 두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글자다. 글자는 말의 소리를 표기하는 수단이란 얘기다.

그러나 인류는 소리를 제대로 표기하는 글자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궁리 끝에 대안을 찾아냈다. 녹음기와 전화기를 만들어 소리를 음파 그대로 저장하거나 남에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을 내장한 스마트폰은 단 한 시간이라도 없이는 못사는 인류의 최대 필수품이 되었다.

녹음기와 전화기는 자연 상태의 소리를 그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언어와는 무관하게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된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은 영어를 기반으로 하여 발달되었다. 따라서 이들 소리 처리 기술이 컴퓨터에 내장되는 순간 영어를 모르면 쓸 수 없게 되므로 영어를 배우거나 아니면 자국어를 덧씌워야 한다. 스마트폰을 언어권마다 따로 만들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성 인식 기술이나 통번역 기술,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까지도 다 영어 기반이다.

소리를 표기하는 글자는 정말 없는가? 로마자는 여러 나라에서 그 나라 말의 발음을 표기하는 글자로 쓰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로마자는 일정한 음가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소리를 표기한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철자 ‘c’ 는 경우에 따라 [ㅅ]이나 [ㅊ] 발음으로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ㅋ]이나 [ㄲ] 발음을 내기도 한다. 그 밖의 자음이나 모음들도 대부분 일정한 음가를 보이지 않는다.

훈민정음은 어떤가? 훈민정음은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자연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표기하고자 만든 글자다. 이는 조선의 백성만을 위한 글자가 아니었다. 중국 자전 홍무정운에 언문으로 토를 달아 지방별로 각양각색이던 그들의 발음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중국어와 몽골어 학습서인 노걸대(老乞大)에도 언문 토를 달아 발음을 배우도록 하였다.

불행하게도 훈민정음은 세종 이후 지하에 묻혔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만 한글은 한국어만 표기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반도만 벗어나면 아무도 쓰지 않는 글자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부족이 쓰고 있음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인구가 5만을 넘지 못하며, 그나마 이들도 [f], [r], [v] 발음은 한글로 표기하지 못하고 훈민정음 글자를 쓴다.

소리를 표기하는 문자가 있다면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까? 한 가지 가능성만 말한다면 언어에서 철자법의 중요성이 사라질 것이다. 가령 ‘포테이토’라고 발음만 기억한다면 potato가 맞는지 potatoe가 맞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응용 기술까지 당장 생각해 낼 필요는 없다. 원천 기술이 생기면 그 용도는 필요에 따라 자연히 개발될 것이다. 녹음기를 만들 때 그것이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갈 것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더 이상 기다릴 이유와 명분이 없다. 이제라도 훈민정음의 소리 표기 기능을 회복시켜 한글을 진정한 소리글자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 신기술을 개발해 내야 한다. 주변 지원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므로 영어 기반의 기존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이 세계에 퍼져 나가면 한글은 저절로 세계문자가 될 것이다.

한글이 우리 고유의 글자라고 안심하고 있으면 안 된다. 중국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쓰고 있는 조선어를 중국의 5대 소수 민족어로서 공용어로 대접한다. 중국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남북한과 함께 공동으로 쓸 수 있는 한글의 전산 입력 방식을 표준화시키자고 제의해 왔지만 우리가 불응하여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중국이 언제 그들의 조선어 전산 기술을 국제 표준화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 들지 모른다.

이제 더 늦지 않게 새로운 한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세종대왕의 집현전을 복구시켜 한글을 21세기형 소리 표기 글자로 되살려 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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