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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마저 코드 인사 논란
검찰총장마저 코드 인사 논란
  • 김교창
  • 승인 2021.05.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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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이달 초 지명되었다. 윤석열 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여권의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압박에 강력 반발하며 임기를 4개월 남짓 남기고 사퇴한 지 2개월 만의 일이다.

김 후보자는 2018년 6월 차관으로 발탁된 후 지난해 4월까지 장관 3명(박상기, 조국, 추미애)을 보좌하였다. 법무부 장관을 3명이나 연이어 모신 차관은 매우 드물다. ‘보좌의 달인’으로 치켜세울 만한 그가 이제는 보좌가 아니라 지휘봉을 휘두르는 검찰총장, ‘빛나는 검찰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검찰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검찰청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번에는 총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차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10여 명이 후보군에 들어갔다.

그러나 추천위는 예상을 깨고(?) 이 지검장을 탈락시킨 뒤 조 대검차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과 김 전 차관을 추천하였다. 김 전 차관과 함께 1, 2 순위로 점쳐지던 이 지검장이 탈락하였으므로 김 전 차관으로 낙착될 것이 뻔하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며칠 시간을 끌기는 하였으나 세간의 예측대로 김 전 차관을 제청하였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준(準)사법기관이다. 검찰의 중립 여부가 법치주의 국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다. 검사의 정치적 활동 금지는 검찰청법에 명시되어 있다(제43조). 윤 전 총장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충성하겠다”며 정치적 중립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총장 후보자 제청에 앞서 인선의 주요 요건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관한 상관성”을 언급하였다. 검찰의 중립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정권의 코드에 맡는 사람을 제청하겠다는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다. 짐짓 고심하는 척하다가 추천위에서 4명 중 꼴찌로 추천된 김 전 차관을 밀어붙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그가 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조국 사태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이 지검장과 함께 윤 총장이 배제된 조국 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획책한 장본인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서 읽고 충성심을 보인 것이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언론 보도 등으로 미루어 보건대 실행에 착수까지 한 것은 분명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친(親)정권 검사인 이 두 사람을 가리켜 ‘을사2적(乙巳二賊)’이라고 호되게 비난하는 소리마저 들린다.

김 후보자는 차관에서 물러난 후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 여러 고위직의 후보로 두루 이름을 올렸다. 가히 ‘문 정부 최다 공직 후보 기록보유자’라 할 만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도 두 번이나 추천되었으나, 제청권자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들어 퇴짜 놓는 바람에 모두 불발되었다. 이처럼 색다른 기록은 능력이 출중해서일 수도 있지만, 처세에 능한 인사라는 확증이기도 하다.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들을 역임한 김 후보자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한편 검찰 개혁의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 퇴임으로 검찰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검찰을 거의 해체하는 수준의 혹독한 ‘인사 학살’을 단행하였을 때에도 거의 모든 검사가 흔들리지 않고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였다. 혹시 친정권 성향의 일부 검사가 흔들렸을는지는 모른다. 김 후보자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평가는 ‘정권의 방패’라는 말로 들인다. ‘문(文)지기 검찰총장’이 될 것이란 얘기다.

김 후보자는 국회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열심히 챙기겠다”고 짤막하게 밝혔지만, 그저 해보는 소리일 뿐 의지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에 걸친 그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에게서 검찰의 중립을 기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얼마나 편향적일지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크다.

공룡 여당은 뭐가 그리 켕기는지 증인이 단 한명도 없는 전대미문의 청문회를 강행하겠단다. 체면이고 뭐고 없는 막가파다. 이제 믿을 건 검사들 뿐이다. 김 후보자가 총장에 오른 뒤에도 일선 검사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의연하게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고!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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