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 분조위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불수용…"고객과 사적합의 형식, 증권·권리 양수"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에 책임문제와 관련해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옵티머스 펀드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NH투자증권은 25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옵티머스 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원금을 받게 되는 일반투자자는 전체 고객의 96%인 831명으로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에 달한다.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고객과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대로 투자원금을 지급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6월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1년 만에 개인투자자들은 원금을 돌려받게 됐다. 앞서 또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이미 원금 전액을 지급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권고한 조정 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 보호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줄곧 주장해온 하나은행, 예탁결제원과의 다자 배상안을 금감원 분조위가 받아들이지 않자 NH증권의 자체 보상안을 만든 것으로 보았다. 금감원이 권고한 계약 취소를 받아들이게 되면 추후 구상권 청구 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불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이유로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후 NH투자증권은 8차례의 이사회 논의를 거쳤으나 분조위가 전액 반환 사유로 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회사가 선제적인 원금 반환에 나서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와 함께 수탁은행,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라며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다른 형식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원금을 전액 회수하는 측면에서 동일해 금융당국에서도 충분히 양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인 원금 반환에 나서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 이외에도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므로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사적합의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구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출시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다"고 주장했다.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도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줘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인 펀드 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