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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제의 붕괴와 청년정치 대망론...이준석 신드롬의 실체와 파장
청년경제의 붕괴와 청년정치 대망론...이준석 신드롬의 실체와 파장
  • 정종석
  • 승인 2021.05.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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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서 이준석 선출여부 주목...'영끌'·'빚투'로 빚더미에 앉은 2030세대, 사회적 보호도 못받는 힘든 현실
각 당의 지도체제부터 공천에 이르기까지 문호를 완전히 개방...세대교체든 뭐든 다 하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나서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준석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그는 ‘찻잔 속의 미풍’이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논의가 시작되던 4월 재보궐 선거 직후만 하더라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판세는 주호영 의원이 중심인 것처럼 보였다. 이후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나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당원의 수가 많다는 자체 분석 결과가 흘러나오면서 반전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36살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판세가 급변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지지율을 보이다가 급기야 1위까지 탈환하기에 이르렀다.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등 중진들이 주로 거론하는 반격 포인트는 바로 '경험부족론'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계’인데다 뚜렷한 경력마저 없어 차기 대선 승리를 이끌어낼 당대표 후보로는 경험이나 경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론은 이같은 비판에 그다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한 관심이 기대로 바뀌는 느낌이다. 그는 전직 최고위원이라는 타이틀 외에 변변한 직함이나 직책을 가져본 경험도 거의 없다. 더욱이 아직 국회에 입성조차 못해본 ‘0선' 정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제1야당의 전당대회에 거센 돌풍을 몰아치며 판도를 좌지우지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낡고 진부한 기성정치인에게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 또는 ‘즐거운 반란’으로 바뀌며 기대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청년정치 하면 생각나는 것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와 같은 학생운동의 구호다. 해방후 좌우합작을 거치면서 치열한 이념논쟁이 벌어졌다. 이후 이승만 독재가 물러가자 4·19혁명 이후 각계각층의 민주화 요구와 통일운동 등이 봇물 터지듯 했다. 남북 학생회담 등이 추진되는 등 통일운동도 무르익었다.

청년정치인들은 선거판의 들러리 또는 선거판에서 춤추다 버려지는 젋은이들로 치부되고 만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

당시 학생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와 같은 구호나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 하느냐”를 외쳤다. 1960년 학생들의 통일 구호는 1980년대도 익숙한 구호다. 1987년 6·10민주화운동으로 사회 민주화 분위기가 크게 고조되자 그해 8·15 광복절 서울 시내에서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대학생들이 외쳤다.

이로부터 다시 30여년이 흘렀다.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 또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 등 정치현장에서 청년후보자들이 입후보 하거나 등장하기는 했어도 청년정치인들은 선거판의 들러리 또는 선거판에서 춤추다 버려지는 젋은이들로 치부되고 만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었다.

여기서 잠시 지난 2011년 안철수 대망론이 나왔을 때를 상기해 보자. 당시 1962년 생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만으로 49살이었다. 이른바 486세대인 셈이다. 그는 486이 낳은 당대의 최고 스타였다. 여태껏 그만한 지지율을 가진 486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이 안철수가 선망의 대상이 됐던 이유는 그가 시대정신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래서 안철수 프로젝트가 힘을 가지며 한때 ‘486 대망론’이란 게 떠올랐다. 미국에서 젊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당선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486 정치인들이 주저앉으면서 대망론도 점차 사그라들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차에 정통 운동권이 아닌 변방의 486 안철수가 혜성처럼 등장하며 빛을 발했다.

지금 정치권의 수많은 586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뒷세대들에게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경제를 살린다던 이명박 정부는 기대난망이었고, 박근혜 정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를 맞고 소멸해 버렸다.

지금 국립대를 나와도 9급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년씩 매달려야 하고, 십여명 뽑는 대기업 공채에 수천명의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현실이다.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젊은이들이 바로 우리 가족들이다. 기성세대들은 2030세대에게 빚지고 미안할 따름이다.

2030세대가 최근 가계 빚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30세대의 지난해 말 가계대출은 440조원으로 2019년 말보다 17.3%(65조2000억원) 늘었다. 이들은 빚으로 부동산과 암호화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이른바 '영끌'· '빚투'로 빚더미에 앉은 2030세대에 앞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설상가상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준석으로 상징하는 시대정신, 우리 정치가 구현하는게 과제...중장년층의 정치인들, 청년들과 견줘 경쟁력 갖춰야

그렇다면 청년정치를 대망하는 시대정신이 무얼까. 젊은 세대의 분노와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내딛는 용기와 지혜, 이런 것들에 지금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정작 문제는 이번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고 말고가 아니다. 지금 청년층이 그들은 진정으로 대변할 사람을 지도자로 찾는 것,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을 우리 정치가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될 것인지는 오는 6월11일 결정이 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당락과 관계없이 우리 정치의 본질과 결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중장년층의 정치인들은 제2, 제3의 이준석같은 청년정치인들들과 견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범586 중심의 여야 정치인들은 저마다 개혁하자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젊은 청년층의 애환과 고통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쇄신을 외쳐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세대의 굳고 낡은 사고방식이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달라질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저자 안성민씨는 청년들의 정치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당내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 2030 인재들을 일찍부터 발굴해서 실무를 가르치고 육성을 한 뒤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게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캠프에서 청년들이 해온 일은 대부분 춤을 추거나 응원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제대로 실무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정치 체계를 이해할 기회가 필요하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세대통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노·장·청의 조화가 물론 중요하다. 이제 여야 모든 정당은 내년 대선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지도 모른다. 지난 달 서울,부산시장 보선 결과를 반추해보면 쉽게 해답이 나올 것이다.

각 당의 지도체제부터 공천에 이르기까지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세대교체든 뭐든 다 하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제2, 제3의 이준석과 자웅을 겨룰 비전있는 젊은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다가오는 청년정치 시대를 대비해야만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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