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다시 내놨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하반기 이후 역점 사항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코로나19 전개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면밀히 점검해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취해온 확장적 위기대응 정책들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언급은 뚜렷하게 하반기 이후 역점 사항으로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꼽았다는 점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좀 더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기념사 곳곳에서 우회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를 밝혔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진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대면서비스업의 회복이 여전히 더디고 취약계층의 고용 사정이 아직 어렵지만, 수출이 큰 폭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도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근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암호자산으로까지 차입을 통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이 심각해지면서 대출상환유예 등 코로나19 지원조치가 종료될 경우, 취약차주의 채무상환에 애로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위험 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비해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고, 그 결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고 민간부채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필요시 적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초 기준금리를 연 0.5%로 내린 뒤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잇달아 거론하는 배경엔 올해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1.7%를 기록했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4.0%로 지난 2월 전망치에 비해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