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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 아니면 '벼락거지'...K형 코로나 양극화, 방치하면 불평등 고착화
‘서세원’ 아니면 '벼락거지'...K형 코로나 양극화, 방치하면 불평등 고착화
  • 권의종
  • 승인 2021.06.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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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 결말은 파국과 끝장...대비도 때가 있는 법,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불황이 끝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가 만든 불황의 터널을 지나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진단한다. 마냥 좋아하기 어렵다.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어두운 불평등의 그늘이 가려져 있다.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이 부유층으로 쏠리고, 저소득층은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양상을 띤다. 국내외 학계와 경제계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현상을 ‘K형 회복’으로 설명한다. 실제가 다르지 않다. 자산가나 전문직들은 부의 상승곡선을, 그렇지 못한 자들은 하향곡선을 타는 K자 ‘투 트랙’ 모형의 회복이 두드러진다. 두 계층 간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K형 양극화는 거시경제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추세는 더욱 확연하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자산 격차가 뚜렷하다. 부동산 관련 대출과 세금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서세원’, ‘똘똘한 한 채’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서세원은 서울과 세종 집을 하나씩은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똘똘한 한 채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는 서울 강남권 등 요지의 아파트와 국회 이전 이슈 등으로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를 가리킨다.

이도 옛말이다. 서울과 세종의 집값만 오른 게 아니다. 다른 지방들도 집값이 폭등했다. 전국 집값이 돌아가며 오르는 풍선효과를 보였다. 그래도 절대 금액 면에서 보면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가 상당하다. 주택 간 양극화도 심하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집을 사지 않거나 집을 팔고 전세로 갈아탄 사람은 졸지에 전·월세 난민으로 전락했다. ‘벼락 거지’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코로나 이후의 경제 ‘K형’...경제회복이 부유층으로 쏠리고, 저소득층은 더 나락으로 떨어져

양극화의 광풍은 교육 현장도 비켜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커졌다. 코로나로 등교 수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중고생의 학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자료가 확인하는 바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상대로 지난해 말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중3 국어와 영어에서 3수준(보통 학력) 이상인 학생 비율이 2019년에 비해 각각 7.5%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다. 고2 국어에서도 같은 비율이 7.7%포인트 낮아졌다. 성적 하위층인 기초학력 미달의 1수준 비율이 중3과 고2 모두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과목에서 늘었다. 중위권이 두꺼운 마름모꼴이 정상이나 현실은 다르다. 학교 교육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위권이 줄고 되레 하위권이 많아지는 정삼각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학교 온라인 강의에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인 과외나 소규모 그룹 과외도 성행한다. 서울 강남 등 사교육비 지출 여력이 있거나 학원이 밀집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인 지역 사이에 학력 격차가 커진다. 코로나 변수 속에 경제력 격차가 교육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중고교 학력 격차는 대학 입시에서도 확인된다.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 학교별·지역별 격차가 심하다. 코로나로 대학 교육이 부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 수업에 따라 학생 개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대학생의 실력 저하는 취업 후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로 인한 학습 손실을 보충하지 못하면 개인 생애소득 3% 하락, 국가 국내총생산(GDP) 1.5% 하락을 경고했다.

경제·부동산·교육·세대 양극화 심화...대책 마련은 커녕, 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경쟁만 극심

코로나는 세대 간 격차까지 벌릴 기세다. MZ세대가 양극화의 피해자다. 취업, 결혼, 거처 마련의 평범한 꿈조차 갖기 힘든 이들이다. 일본의 ‘로스제네’를 연상케 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경기가 붕괴하면서 취업난이 극심했다. 1970∼1982년생이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취직빙하기(1993∼2005년)를 맞았다. 90%에 육박하던 대졸 취업률은 50%대로 주저앉았다. 이들에게 잃어버린 세대라는 뜻의 로스트 제너레이션, 줄여 로스제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로스제네의 상당수가 프리터나 파견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취업 시장은 회복되었으나 별다른 경력이 없고 나이만 먹은 이들을 외면했다. 취업 버스는 다음 세대를 태우고 떠났다. 40∼50대가 된 지금도 이들은 프리터를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일본 경제의 회복이 더딘 것도 이들 세대가 소비의 중추 역할을 못 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우리도 MZ세대를 방치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는커녕 현안 처리에 급급한 모양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손실을 보상하고,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되는 걸로 아는 것 같다. 중고교에는 대면 수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대학에는 정원 감축과 예산 지원으로 할 일을 다 하는 것으로 믿는 듯하다. MZ세대에는 그나마 관심도 덜하다. 취업 수당 몇 푼 주는 것으로 끝내려 한다.

정치권이 가엾고 딱하다. 언제 그렇지 않았냐 마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대선 주자들은 기본소득, 안심소득, 공정소득 등 설익은 화두를 들먹이며 국민 혼란을 부추긴다. 양극화의 결말은 파국과 끝장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고, 이 또한 때가 있다. 미룰 수 없다. 망양보뢰(亡羊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쳐본들 무슨 소용이랴. 사후약방문은 아무짝에도 못 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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