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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못 되는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 못 만드는 보금자리론
디딤돌 못 되는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 못 만드는 보금자리론
  • 권의종
  • 승인 2021.07.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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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 억제와 내 집 마련, 두 마리 토끼 쫓는 모기지론... 치솟은 집값에 실효성 ‘글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양토실실(兩兎悉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추진하다 보면 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 정책이 영락없이 그렇다. 한쪽엔 약이 되나 다른 쪽엔 독이 되곤 한다. 양날의 칼이다. 정책을 만들 때 제반 사항을 고려하나, 완벽히 하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역기능과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게 마련이다.

금융위원회가 가계 부채 억제와 내 집 마련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정책을 내놨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시행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론이다. 적격대출은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소득 요건은 없다. 대출금리는 3~3.84% 수준으로 보금자리론(2.6~3%) 보다는 높다.

적격대출은 한정된 재원의 서민 우선지원 취지에 따라 총량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은행별·시기별 한도 소진으로 상품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 원 이하, 연 소득 7,000만 원(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다. 대출한도를 3억 원에서 3억6,000만 원으로 약간 높였다. 지금까지 두 상품 모두 30년 만기였으나, 청년·신혼부부 대상으로 40년 만기로 늘린 것이다. 상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다.

금융비용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보금자리론으로 3억 원을 빌려 6억 원짜리 주택을 샀다고 가정할 때 기존 30년 만기일 경우 매월 124만 원씩 갚아야 했다. 40년 주택담보대출이 도입됨에 따라 월 106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도 있다. 그러잖아도 악화일로에 있는 가계 부채 증가에 기름을 부을까 걱정된다.

국내총생산(GDP)보다 높은 가계 부채...주택 가격 상승률, 미국, 독일 등 주요국 크게 앞질러

가계 부채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가계신용은 1,765조 원, 지난해 말 대비 9.5% 늘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높다.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04.7%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GDP란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수도권의 PIR은 지난 1분기 기준 10.4배까지 치솟았다. 봉급생활자라면 10.4년 동안 세금도 안 내고 월급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에서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이 12.7%로 단연 1위다. 미국(6.6%), 독일(6.9%) 등 주요국을 크게 앞지른다.

제도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실수요자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보금자리론 대출한도가 늘었으나, 주택가격 기준이 서울과 수도권의 오른 집값을 반영치 못한다. 서울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6억 원 초과 아파트가 83.5%나 된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4,283억 원에 이른다. 중소형(60~85㎡) 평균도 10억1,262억 원으로 10억 원 선에 진입했다.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 보금자리론 집값 기준인 6억 원 이하는 2004년 책정되었다.  20년 가까이 지났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실수요자에 정책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당시엔 일부 초고가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의 대부분 아파트를 보금자리론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가 6억 초중반 대였다.

대출한도 늘었으나, 주택가격 기준이 오른 집값 반영 못 해...실수요자 만족시키기에 역부족

정부라고 고충이 없었을 리 없다. 과열된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봐 보금자리론의 집값 기준을 현실화하지 못했을 수 있다. 대출한도 확대를 놓고 정부가 ‘빚투’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고려했을 것이다. 은행들에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관리 주문하고, 국민에게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청년층에는 ‘더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게 앞뒤가 안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폭등한 부동산 가격, 금리 인상 조짐에 부동산 버블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대출한도를 늘리는 게 모순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하는 묘수를 궁리했을 것이다. 상충되는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출총량을 제한하고 대출한도를 미세 조정하는 정도의 시늉만 냈을것으로 유추된다. 실패한 부동산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금융 당국이 뒷수습에 나선 꼴이 되었다.

모기지론 시행이 집값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4억~5억 원대 중저가 아파트 매수 붐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해도 이왕 큰맘 먹고 어렵게 출시한 초장기 주택금융인 만큼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상 주택의 시세 기준을 현실에 맞게 올리고, 대출총량을 늘려 수요의 폭을 넓히는 보완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출 기간을 40년으로 늘린 게 꼭 좋은 일로만 볼 수 없다. 근로 현실과 괴리가 크다. 대다수가 60세 이전에 퇴사하는 상황에서 70세 넘어까지 매월 100만 원 넘는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게 부담이다. 100세 시대라 하나,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3세다. 그나마 남성은 80.3세에 그친다. 앞으로 수명이 늘겠으나 지금 기준으로 보면 대출을 죽을 때까지 갚아야 한다.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채무상환이 아닐진대. 그놈의 빚 갚다 한평생 다 보내게 생겼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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