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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열풍 때문에"...6개 증권사, 삼척발전소 회사채 발행으로 곤욕
"ESG 열풍 때문에"...6개 증권사, 삼척발전소 회사채 발행으로 곤욕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1.07.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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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1.8억원 짜리 삼척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 맡았다가 초유의 전량 미매각사태
삼척주민들-환경단체들, 5개월 전의 '탈(脫) 석탄금융' 선언 들어 금융사들 '맹비난'
삼척화력발전소 조감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NH투자증권(대표이사 사장 정영채)이 18천만원을 벌려다 전량 미매각된 회사채를 떠안는 것은 물론 환경단체와 강원도 삼척주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삼척지역에 석탄발전소를 짓기위해 포스코 등이 만든 법인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달 17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투자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탄소 중립'을 선언한 금융기관이나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난 탓이다. 어느 금융기관도 이 회사채를 사겠다고 나서지 않아 우려했던 ESG 여파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1000억원은 전액 발전소 공사비로 쓰여질 예정이었다. 결국 지난달 25일 발행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5개 증권사 인수단은 총액인수확약에 따라 회사채 전량을 떠안았다. 총액인수확약은 주관 증권사가 제 3자에게 매각할 목적으로 발행채권 전액을 사들이는 계약이다.

 

삼척블루파워의 시설자금 세부 사용내역

구분

내용

투자대상

석탄화력발전소 2,100MW(1,050MW 2) 건설

투자목적

화력발전소 건설

총 투자금액

48,790억원

투자기간

'11.04~'24.04

준공시점

'244(1호기 : '2310)

 

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이 250억원을 인수하고, 인수단으로 같이 참여한 미래에셋증권(210억원), KB증권(200억원), 키움증권(110억원), 신한금융투자(110억원), 한국투자증권(110억원)이 나머지 금액을 인수했다.

이번에 발행예정이었던 3년 만기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네 번째로 높은 ‘AA-’, 회사채 전량이 하나도 매각되지 않은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증권사들이 회사채를 시중에 다시 매각하면 괜챦겠지만 사는 곳이 끝내 없으면 회사채 만기인 2024년까지 들고 있다가 발행회사로부터 만기에 원리금을 회수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처럼 계속 회사채 발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전소 건설에 들어갈 자금을 원활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3년후 원금상환도 장담 못할 수가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앞으로도 8,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대해 증권사들과 인수확약을 체결한 상태다. 삼척블루파워는 총 4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 중이다. 이 때문에 발행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의 부담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선택한 회사채 발행의 이점도 사라졌다.

이번 회사채 발행의 인수수수료는 15천만원이다. 대표주관수수료는 3천만원.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모두 18천만원을 받게되며, 이 돈을 벌려다 이런 일들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옵티머스펀드 판매대행을 했다가 3천억원 가까운 돈을 대신 물어준데 이어 또한번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나 해야 할까.

한편 한국농정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삼척 주민들은 초고압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반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탈석탄을 추구하는 시민단체 석탄을넘어서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대로 완공되면 30년간 39,000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영국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규모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로 지역 주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삼척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서울지방법원에 NH투자증권의 회사채 모집 및 인수 등의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농민을 대표하는 금융권이라고 할 수 있는 농협, NH투자증권이 석탄발전소 회사채 발행을 강행한다면 기후위기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농협금융지주가 5개월 전 선언한 탈석탄 금융에 역행하는 NH투자증권의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2021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ESG 경영체제로의 전환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또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대출과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석탄을넘어서‘NH투자증권이 석탄발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한다면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NH투자증권측은 언론에 “2018년에 제출했던 회사채 인수 확약을 이행하는 것일뿐이라며 앞으로는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ESG 비전 및 탈석탄 금융을 준수할 예정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3년 전에 이미 계약을 맺은 건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11년 강원도 삼척 지역에 2,1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1·2호기) 건설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원래는 동양시멘트 그룹 소속이었다가 2014년 포스코에너지가 인수했다.

 

지난 1분기말 현재 삼척블루파워 주주 현황

주주명

소유주식수

지분율

농협은행(KIAMCO 파워에너지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의 신탁업자)

7,228,581

54.53%

포스코에너지

3,844,324

29.00%

두산중공업

1,193,066

9.00%

포스코건설

662,814

5.00%

중소기업은행 (멀티에셋 포스파워 삼척석탄화력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신탁업자)

327,504

2.47%

합 계

13,256,289

100.00%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당초 회사가 책정한 총 사업비는 48,790억원이다. 회사는 이중 20%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80%는 대출약정 등 타인자본 조달로 계획을 잡았다. 자기자본 투자 약정은 농협 등 5개 기관과 체결했다. 8,638억원 중 올해 1분기 기준 4,924억원의 투자를 실행해 현재 잔액은 3,714억원이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인 곳은 삼척을 비롯해 강원도 강릉, 경남 고성 등 총 3곳이다. 이중 경남 고성에서 고성하이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인 SK에코플랜트(SK건설)4조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을 이미 마친 상태다. 회사채 발행 없이 PF와 자기자본 출자로만 사업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삼척블루파워와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에 2024년 준공예정인 삼척블루파워와 달리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어 당장에 자금조달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향후 20년 이상 운영과정에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SG 강화로 금융기관의 탈석탄 기조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PF 규모가 조 단위인 만큼 연 이자율 1%만 낮춰도 1년에 수백억원의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이 같은 금융비용 절감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고성그린파워의 주주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29%)SK가스(19%), SK에코플랜트(10%)와 재무적 투자자(4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통상 석탄화력발전소는 다른 발전소 대비 원가경쟁력이 우월하고 가동율이 높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소로 꼽힌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산조정계수 조정 하에서 민간발전사에게 총괄원가를 보상해줌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ESG추세가 급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현재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는 환경영향평가 시 약속한 협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작년 10월 해상공사가 중단된 후 반년이 넘게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여파로 인근 맹방해변 등에 모래가 많이 침식돼 기사화되기도 했다.

올해 3월 진행된 지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척시민 69.7%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자연환경과 시민 건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60.0%는 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3석탄을 넘어서가 개최한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과 금융투자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선언대회에는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45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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