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1년 새 21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이 이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도입한 뒤,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제2금융권에도 은행 수준의 DSR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비은행권의 DSR 40% 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연 ‘제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TF’를 통해 2금융권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작년 상반기 수준에 머물렀으나, 비은행권은 증가폭이 오히려 확대됐다”며 “은행권·비은행권간 규제차익을 해소해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규제차익은 업권간 규제 차이로 특정 업권이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 제2금융권의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2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대출증가액 41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제2금융권의 증가액이 2019년과 2020년 4조~5조원 가량 줄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 집 마련 자금으로 은행권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고도 부족한 금액을 보충하려는 수요가 많았고, 7월 법정 최고금리 20%로 인하를 앞두고 중금리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카드사와 저축은행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상호금융부문(신협·농협·수협·산림·새마을금고)에서만 대출이 9조4000억원이 늘었다.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이달부터 DSR 40%를 적용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개념이다. 개인의 갚을 수 있는 능력에 견준 대출 비율로 DSR 한도가 작아지면 대출 여력도 줄어든다.
이에 시중은행에서 6억원 초과주택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비은행권은 DSR규제가 60%까지 적용돼 상대적으로 규제범위가 느슨한 곳으로 차주들이 몰렸다. 이에 따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 심사 강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 대출취급이 어려워지는 것을 우려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금리에 제한이 있는 만큼 저신용자에게는 한도를 줄이고, 고신용자에게는 한도를 늘리는 방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대출수요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규제로 틀어막는 것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가계부채 부실 완화라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비은행권 대출상품도 줄어든 상황에서 규제 강화가 자칫 중·저신용자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