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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좀 있다고 깎아대는 국민연금...“나이 들면 가난하게 살라고?"
소득 좀 있다고 깎아대는 국민연금...“나이 들면 가난하게 살라고?"
  • 권의종
  • 승인 2021.07.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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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고용과 복지... 한쪽에선 노인 일자리 만들기, 다른 쪽에선 일하는 노인 연금 깎기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취업자가 늘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통계청의 ‘2021년 6월 고용동향’이 희소식이다. 취업자 수가 2,76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만2,000명 늘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6월에 비해서도 22만9,000명 증가했다. 기쁨도 잠시. 내막을 들여다보면 실망에 빠진다. 지난 2년 동안 60대 이상 취업자만 두 자릿수로 늘어났을 뿐, 경제의 허리인 30~50대 취업자 수는 되레 감소했다.

2년 전보다 30대 취업자 수는 30만8,000명, 40대는 16만8,000명, 50대도 7만3,000명 줄었다. 반면 60대 취업자 수는 15.1% 늘었다. 60대 취업자 수는 2019년 6월까지만 해도 30대 취업자보다 69만3,000명 적었으나, 올 6월에는 30대보다 35만2,000명 더 많아졌다. 정부의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의 덕이 크다. 30대 취업자 수 감소는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종에서 고용이 줄고, 취업 준비, 학업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는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무진 애를 쓴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30대가 주로 많이 종사하는 업종 중 제조업은 회복세이나, 도소매업은 감소세를 못 면한다. 고용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자동화, 무인화, 비대면화 등 경제환경 변화도 30~40대 취업자 증가 속도를 상대적으로 더디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그래도 정부는 고용회복을 크게 반기는 눈치다. 취업자 증가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많은 사실만으로도 만족해한다. 경제부총리는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직전인 작년 2월 취업자 수의 99.4%까지 회복됐다”며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질적인 측면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양적 성장이 이루어진 만큼 ‘절반의 성공’은 달성한 셈이다.

2년 동안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늘었으나...경제의 허리인 30~50대 취업자 수는 되레 감소

모든 정부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부 정책은 되레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고용 확대를 방해한다. 국민연금이 그중 하나다. 연금 수령자의 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5년간 연금을 삭감한다. 부양가족연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을 넘는 소득액이 100만 원 미만이면 5%를 깎는다. 이후 100만 원이 오를 때마다 5%씩 추가로 감액한다. 400만 원 이상이면 25%를 깎는다. 이런 식으로 연금의 절반까지 칼질을 늘려간다.

이렇게 삭감을 당하는 국민연금 수급자는 8만5,400명에 이른다. 과잉보장 방지가 삭감의 이유다. 소득 있는 사람에게 연금이 많이 돌아가선 안 된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을 온전히 못 받는 이유는 이 말고도 또 있다. 한 사람에게 연금이 두 개 돌아갈 때 중복조정 삭감을 한다. 연금이 45만 원을 넘으면 65세 이후에 기초연금을 최대 15만 원 깎는다. 그래서 깎아진 돈이 지난해 기준 1,321억 원이다. 국민연금 적립금 674조 원에 비하면 있으나 마나 한 돈이다.
 
연금 삭감은 이중과세의 여지가 있다. 연금과 근로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다시 연금을 깎는 건 사실상 중복과세에 해당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 힘들어 은퇴 후에도 근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노년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표방하는 국민연금 제도의 목적과도 배치된다. 노령으로 인한 근로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한 운영되는 노령연금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솔직히 나이 들어서까지 힘들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손자 재롱떠는 거나 보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 실업급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급여를 받아내는 얌체 근로자들을 보면 자신들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도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창피를 무릅쓰며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노구를 이끌고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후원은 못 할망정 알량한 연금마저 깎다니.

당면한 근로 현실 직시해야...실익도 없으면서 부정적 인식만 심어주는 연금 삭감은 폐지돼야

이웃 나라 일본을 보라. 정부가 노인복지 비용 증가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노인 인구를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고령자를 고용한 회사나 고령자가 창업한 회사에는 장려금을 지급한다. 실제로 그래서 정년을 연장하는 회사가 크게 늘고 있다. 고령자에게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취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자 취업센터와 관련 사이트가 잘 운영되도록 온갖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비단 우리 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가 함께 늙어간다.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일 수 있으나, 국가나 사회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노인 인구의 증가로 저축과 투자가 줄어든다.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어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지급해야 할 연금이 늘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며, 노인 빈곤과 질병 및 소외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유럽 선진국이 가장 먼저 고령화를 맞았다. 그리고 고령화 문제를 저출산 대책과 함께 접근했다. 출산율 저하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나라는 프랑스다. 다양한 출산 장려 제도를 일원화하여 유아 환영 정책으로 통합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임신·출산과 관련하여 기본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양육비 지급, 직업 활동 보전, 산후 휴가 보조금 지급 등을 실시한다. 심지어 입양장려 정책까지 활발하게 펼친다.

실익도 없으면서 부정적 인식만 심어주는 국민연금 삭감. 폐지됨이 마땅하다. 당면한 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대개 55세를 전후해 은퇴한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7년가량 소득 공백기를 맞는다. 모아둔 게 없는 대다수는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받는 연금을 소득 좀 있다고 깎아댄다. 나이 들면 가난하게 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노인 일자리 확대와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도 모순된다. 같은 정부가 펴는 고용과 복지 정책이 따로 논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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