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오는 13일 출소가 가시화 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삼성의 총수 공백이 해소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전날 일제히 이 부회장 가석방 환영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TSMC·인텔의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의 흔들리는 초격차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세계 반도체의 흐름은 크게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 열세로 수익성에선 애플에 뒤지고 있고, 물량에선 중국 샤오미에 밀릴 조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분기 판매량에서는 세계 1위를 지켰으나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샤오미가 1위였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출소로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계획으로,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이다.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취업제한 규정, 다른 재판 등으로 경영활동에 제약 많아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므로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공식 등기 임원으로 경영 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시급한 투자 결정 경영에 참여하겠지만, 취업제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영은 어렵다는 것이다.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는 데다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인권·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에서 여전히 이 부회장의 석방에 비판적인 것도 부담이다. 이들은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에서는 보수도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도 경영에는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 대규모 투자 등 대형 사안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이 함께 협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 상태라 더 공격적인 경영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재판들도 이 부회장에게는 또다른 부담이다. 현재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