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적자생존 속 경쟁의 힘...도쿄 올림픽과 나라 혁신
냉혹한 적자생존 속 경쟁의 힘...도쿄 올림픽과 나라 혁신
  • 임정덕
  • 승인 2021.08.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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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최근 역대급 무더위와 유례없는 전염병에 더하여 짜증나는 정치와 경제 상황에서 잠시나마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 있었다. 바로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과 아울러 순위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경기 소식이다. 그중 가장 인상에 남는 쾌거는 양궁팀의 올림픽 여자 단체전 9연패와 남녀 혼성팀 우승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두 선수는 남녀 양궁팀의 막내들이었다. 이들이 고비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결과로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자신에게 기쁨과 영예를 선사하였다. 국내 언론이 분석한 우리 양궁팀의 승리 비결은 다름 아닌 혁신적 선수 선발 방식으로, 철저한 경쟁 체제가 핵심이다.

양궁협회는 올림픽 직전까지 치른 각종 선발전에서 성적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내세워 각국의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끝내 승리를 쟁취하였다. 입상 경력이나 연륜, 경험, 기득권 등은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실력 지상주의로 밀고 나간 것이 주효하였다. 최종 선발전에서 턱걸이로 겨우 뽑힌 두 막내가 계속 정진하여 세계 최고수로 자리매김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운동경기나 사업, 전쟁 등 모든 형태의 경쟁에서 이기는 확실한 방법은 경쟁력뿐이다. 운이나 제반 여건, 시합 당일의 몸 상태 등이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지만 그런 변수들은 경쟁 상대들도 공유하는 조건이다. 더욱이 올림픽 경기는 대부분 단판 승부가 아니라 예선, 준결승, 결승 등의 지속적인 경쟁 과정을 거치므로 축적된 실력 이외의 요인들이 작용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으며, 결국 쌓아 온 실력만이 진정한 경쟁력이 되기 마련이다.

인류 역사에 비추어 보건대 경쟁력은 운동경기에만 필요하거나 통하는 원칙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작동되는 보편적 원리다. 경쟁력이 앞서는 사람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막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결국에는 퇴보하는 수밖에 없다.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노력하게 되고, 설령 이기지는 못해도 크게 뒤떨어져 낙오하거나 단념하는 불행은 막을 수 있다.

금메달 뿐만 아니라 은메달과 동메달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림픽은 제일 잘하는 사람을 가리기보다는 참가에 더 큰 의미를 둘 목적으로 창설된 인류의 축제이므로 최선을 다하였다면 누구나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참가자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어야 한다. 설사 못 따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쟁력의 발휘를 자타가 염원한다.

한국이 최후진국에서 반세기 남짓한 짧은 시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은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으로 밀어주고, 기업과 개인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스스로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악착같이 노력한 결과가 오늘날의 번영이다. 자체 경쟁력이 없는데도 다른 나라나 경쟁자가 봐준 덕분에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경쟁력은 다른 의미로는 혁신이다. 더 잘하겠다는 혁신 의지와 훈련, 창의적인 향상 노력은 경쟁으로 달성된다. 수많은 나라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경제 발전이라는 대망의 메달권에 초단시간에 이른 한국의 경쟁력은 혁신에서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력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혁신하고 경쟁하려는 기업이나 인재, 개인을 인정하고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하고 직·간접으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경쟁하려는 각종 혁신 시도와 노력을 못마땅해 하고 무시하려 든다.

한국 스포츠의 경쟁력은 당사자의 천부적 자질과 노력도 있지만, 엄선된 유망 후보들이 오랜 기간 거쳐야 하는 치열한 내부 경쟁과 국가나 기업 등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으로 길러진다는 정반대의 현실은 일부러 외면한다. 엄청난 모순이다.

물론 나라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유기적 공동체이므로 적자생존의 경쟁 법칙만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없는 구성원이라도 돌보고 보살피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경쟁 자체를 거부하거나 경시하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사회는 활기를 잃는다. 실제로도 세계는 개별 국가의 사정 따위는 고려하는 법 없이 마치 운동경기처럼 움직이고 돌아가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무대다.

현실 생활에서의 경쟁은 노력의 몸짓이기도 하다. 비록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노력하려는 사람은 더 북돋우고 붙잡아 일으키는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사회다.

예를 들면 빈곤층을 돕는 정책도 무차별적이고 일률적인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부(負)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같은 제도로 노력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격려하는 경쟁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건강하고 발전하는 나라가 된다. 디지털화와 행정전산화 덕분에 이제는 제도적으로도 일률적이 아닌 맞춤형 복지의 혁신이 가능해지지 않았는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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